1승씩 나눠 가진 울산 모비스-서울 삼성의 대결에선 모비스 김효범과 삼성 테렌스 레더가 눈에 띈다. 김효범은 국내 최정상급 개인기와 탄력을 바탕으로 농구 선수치고는 크지 않은 1m95의 신장임에도 호쾌한 덩크와 고감도 3점슛으로 분위기를 바꾼다.
김효범은 지난 7일 울산에서 열린 1차전에선 기선 제압을 위해 양팀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1쿼터 5분여를 남겨두고 상대 공을 가로챈 뒤 덩크로 연결시키며 홈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경기 시작 후 첫 역전을 빼앗음과 동시에 분위기를 모비스 쪽으로 완전히 돌려놓는 한 방이었다.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는 단연 테렌스 레더이다. 레더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팀 이름인 ‘썬더스’에 빗대 ‘삼성 레더스’라는 별명이 생겨날 정도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창원 LG와의 6강 4경기, 모비스와 2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26점, 10.5리바운드를 기록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가 감기 몸살로 컨디션 저하에 시달리며 단 6점에 그쳤던 4강 1차전은 삼성의 완패였지만 32점을 쓸어담았던 2차전은 삼성의 완승으로 끝났다.
4강 대진의 다른 한 축인 원주 동부-전주 KCC의 대결에선 김주성(동부·2m5)과 하승진(KCC·2m21)이 단연 승부의 열쇠를 쥐고 있다.
‘연봉왕’ 김주성(7억1000만원)은 지난 8일 1차전에서 하승진을 12점으로 묶었고, 자신은 16점을 올리며 판정승을 거뒀다. 김주성은 자신보다 무려 16㎝나 큰 하승진을 상대로 스피드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김주성에 막힌 하승진은 14차례 2점슛을 시도해 5차례만 성공했다. 덩크슛 4차례를 뺀 10차례의 골밑슛에선 단 1개만을 성공시키는 부진을 보였다. 김주성의 운동 능력과 두뇌 싸움에 막힌 결과였다.
하승진은 인천 전자랜드와의 6강 대결에서 ‘국보급 센터’ 서장훈을 넘어섬으로써 팀을 승리로 이끌었 듯, 4강에서는 김주성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 신인이 감당하기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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