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하승진(2m22·전주 KCC)이 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하승진은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원주 동부와의 대결에서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인 30점을 쓸어담으며 1승 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팀을 구해낸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동부 김주성과의 맞대결에서도 완벽한 우위를 점해 16일 열리는 5차전 전망을 밝히고 있다.
◇키만 컸던 하승진= 6강 플레이오프에선 ‘국보급 센터’ 서장훈(인천 전자랜드)과 겨뤄 판정승을 거뒀고, 4강에선 국내 최고연봉 선수인 김주성을 상대로 ‘센터 지존’을 넘보고 있다. 큰 키를 내세워 미국 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하승진은 2004년부터 2시즌 동안 46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1.5점과 1.5리바운드의 초라한 기록을 남긴 채 도전을 접어야 했다.
신인 자격으로 국내 무대로 돌아온 올 시즌도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하승진은 저조한 자유투 성공률 탓에 상대팀의 집중 공격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가 공을 잡으면 반칙으로 끊어 자유투와 맞바꾸는 작전이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공수 전환이 느렸고, 가드가 넘겨주는 패스를 제대로 잡지 못해 공격의 맥을 끊어놓기 일쑤였다.
KCC 허재 감독은 승부의 분수령에서는 어김없이 하승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약한 체력도 문제였지만 승부처에서 그는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한 선수였던 것이다.
◇키도 큰 하승진= 하지만 발가락 부상으로 코트를 비운 한 달여 동안 자신을 추스른 하승진은 단점을 보완하기 시작했다. 32%에 그쳤던 자유투 성공률은 복귀 후 51.7%까지 높아졌다. 하승진은 “구토가 나올 정도로 자유투 연습에 매달렸다”고 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장훈이 팀 내 불화 끝에 전자랜드로 이적한 뒤 생겨난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책임감도 그의 성장에 촉매 역할을 했다.
40분 경기 중 평균 19분12초에 그쳤던 출전시간은 26분19초로 늘어났고, 득점도 평균 8.0에서 12.4로 높아졌다. 평균 리바운드도 2개 가까이(7.3→9.0) 더 잡아냈다. 출전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 집중력은 높아지고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하지만 하승진 본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성장이었다. 하승진은 경기가 끝난 뒤 항상 녹화 영상을 분석하고 자신의 움직임을 점검한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집념이다.
◇겸손은 나의 힘= 거대한 체구에다 영리함까지 겸비했지만 절대 자만하지도 않는다. 4차전이 끝난 뒤 동부 전창진 감독이 “다른 이유는 없다. 하승진 때문에 졌다”고 말했지만 하승진은 “운이 좋았다. 공이 다 나한테 떨어졌다”고 말했다.
언제나 한 수 배우는 자세로 경기에 나서는 하승진은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평균 17.2점에 9.2리바운드를 기록했고, 경기의 분수령이 되는 후반전에만 평균 10.5점을 터뜨리며 KCC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높이로 중무장한 거함 KCC가 하승진 덕에 최첨단 ‘이지스함’으로 탈바꿈하고 챔프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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