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하는 양도세 중과 폐지 정책

오락가락하는 양도세 중과 폐지 정책

기사승인 2009-04-16 18:11:02
[쿠키 경제] “도대체 믿을 수 없다. 정부 발표를 믿고 아파트를 추가로 계약했는데 황당합니다. 위약금을 주고서라도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건지 잔금을 치러야 하는 건지 알아보고 있습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모씨(55)는 16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폐지 방침이 정치권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뉴스를 보고 당혹해했다. 김씨는 지난달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 이후 경기도 분당에 2억3000만원대의 소형 아파트를 계약했다. 분당에 아파트와 다른 지역에 다세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도세 완화 소식을 듣고 투자에 나선 것이다.

서울 잠실동 A공인 대표는 “양도세 중과가 없어진다고 믿고 집을 팔았던 다주택자들이 잔금 날짜가 다가오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며 “법 통과 전까지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매수자와 합의해 잔금날짜를 조정하려는 매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정부의 갈짓자 정책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김씨처럼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사고 팔았던 수요자들은 큰 낭패를 보게 됐다. 김씨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여기에다 부동산규제 완화 움직임으로 들썩였던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도 매수세가 끊기면서 다시 침체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양도세 중과 폐지로 저가의 소형 평형 위주로 매수 문의가 늘었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무산되면 그 수요가 꺾일 것”이라며 “거래 공백 상태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소형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법까지 개정된 마당에 서울시가 지난 9일 소형의무비율을 유지키로 한 것도 시장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개포동 주공1단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 주요 재건축단지의 중개업소에는 재건축 사업관련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C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시 방침이 결정된 후 부동산 가격과 향후 전망을 묻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 폐지로 혜택을 보는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수가 2005∼2006년 사이 세금 부담으로 많이 줄었고, 특히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는 3주택 이상 소유자 숫자가 적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심리적인 위축이 있겠지만 실제로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한 문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k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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