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검찰이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상문씨가 횡령한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원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돈이라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또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수사에 한층 탄력을 받는 것은 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 역시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12억5000만원 주인도 노 전 대통령?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7년 6월 건넨 100만달러와 지난해 2월 준 500만달러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몫이라고 결론내린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12억5000만원의 존재도 알고 있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정씨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 이 돈을 주려 했다고 진술한 만큼 이 돈의 주인 역시 노 전 대통령이라고 볼 근거는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정씨는 이 돈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모르는 돈이라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2006년 8월 박 회장이 정씨에게 3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자 전혀 관련 없는 권양숙 여사가 자신이 빌린 돈이라고 거짓 해명한 이유가 이 계좌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정씨가 구속될 경우 그가 관리했던 차명계좌 존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노 전 대통령측과 정씨와 말을 맞췄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문 구속은 노 전 대통령 영장 청구 디딤돌
법원이 21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검찰은 앞으로 정씨를 상대로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600만달러+12억5000만원' 존재를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목표로 수사해 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영장이 청구될 경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팀이 표적수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 수뇌부는 이를 감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기소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씨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여러 돈 거래 과정에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를 확보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치권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명분이 커진다.
여유있는 검찰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정상문씨 조사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소환이) 조금 연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소환 이전에 정씨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내비친 것이다. 반면 노 전 대통령측은 정씨가 구속됨에 따라 상당한 부담감을 떠안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노 전 대통령측은 검찰에 대한 방어전략을 짜는데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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