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개그야’ 김경진 “목소리 콤플렉스, 수술도 생각했지만…”

[쿠키人터뷰] ‘개그야’ 김경진 “목소리 콤플렉스, 수술도 생각했지만…”

기사승인 2009-04-22 19:56: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수요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4월에는 먼저 연예계에 드리운 ‘권력·금력과 성’의 검은 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스폰’을 다뤘다. ‘연예인과 성’을 상중하편으로 나눠 장자연 죽음에도 그칠 줄 모르는 ‘스폰’의 실체와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셋째 주부터는 KBS, SBS, MBC의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을 이끄는 3인방을 탐구해본다. 지난주에는 KBS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 캐릭터로 활약 중인 윤형빈을 만났다. 이번 주에는 MBC ‘개그야’ 코너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에서 주목을 받은 김경진을 들여다본다.

김경진(27)의 엉뚱함은 방송가 안팎에서 화제다. 최근 ‘개그야’의 코너 ‘가슴팍 도사’ ‘세계듣기평가대회’로 돌아온 심현섭은 가장 기대되는 후배 개그맨으로 김경진을 뽑았다. 김경진의 말투를 흉내 내기에 여념이 없단다. MBC 예능국장도 대기실을 방문해 김경진을 격려했다.

김경진의 진가는 코너 ‘시사매거진 박준형의 눈’에서 발휘됐다. 이 코너에 출연한 김경진이 인기를 얻자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라는 독립 코너가 생겨났다.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는 제목 그대로 ‘지혜가 있는 사람, 김경진’이라는 콘셉트가 담겼다. 사회자 박준형이 특정 분야에 대해 질문을 하면 전문가 김경진이 엉뚱한 지식을 전달하면서 웃음을 유발시키는 코너다.

박준형으로 변신한 기자 VS 명감독 김경진

‘개그야’가 내달 3일부터 토요일 심야 시간대에서 일요일 오후 4시20분으로 편성됨에 따라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라는 코너도 ‘명감독 김경진’(가제)으로 타이틀이 바뀐다.

영상제작학과를 전공하고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김경진의 이력을 살린 코너다. 영화의 주제를 통해 생뚱맞고 코믹한 정보를 알린다는 콘셉트다. 새 코너의 대박을 기원하면서, 인터뷰 후반부는 기자가 사회자 박준형으로 변신하고 김경진이 ‘명감독’으로 변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코너 콘셉트에 맞게(?) 엉뚱한 대답들이 나왔다. 가벼운 웃음이 오갔지만 개그를 향한 그의 열정과 진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브라운관 밖에서 만난 김경진은 ‘개그야’ 속 엉뚱한 모습 그대로다. 코너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 속 모습처럼 예상 밖의 말들을 쏟아낸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인지 개그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100% 제 모습입니다”라고 누차 강조하는 그는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개그맨이자 한 사람이었다.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2년 만에 ‘개그계 샛별’로 주목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우수한 성적으로 개그맨 시험을 통과해 데뷔하자마자 뜰 줄 알았습니다(웃음). 그런데 구상하는 코너마다 ‘공감대가 없다’며 실패했습니다. PD님으로부터 ‘웃기려면 집에 가서 혼자 해라. 대전으로 가는 KTX 표 끊어 놨다’는 소리를 밥 먹듯 들었습니다. 3~4개월 동안 실의에 빠져 지냈지만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개그를 보여 주겠다’는 야망은 날로 커져만 갔죠. 매일 3시간 정도 자면서 일본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구했습니다.

당신은 어떤 종류의 개그맨입니까?

저는 선천적 재능을 타고난 개그맨입니다(웃음). 개그맨으로서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물려주신 외형이 탁월하다는 겁니다.

178cm 키에 58kg 체중. 신체구조부터 독특하지 않습니까? KBS ‘개그콘서트’의 한민관 씨만 없었다면 독보적인데…, 외형과 맞지 않는 가냘픈 목소리도 한몫 했죠. 예전에는 목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수술할 생각도 했습니다. 제가 이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남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남동생은 저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데 목소리가 저와 똑같습니다. 상상 되시죠? ^-----^

김경진 개그의 단점은 무엇입니까?

대중의 웃음 코드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감대를 자극하지 못해 ‘김경진만의 쇼’로 끝나는 듯한 느낌이 들죠. 다행히도 공감대 개그를 잘 만들어내는 (박)준형 선배가 옆에서 도와줘서 기운을 얻고 있습니다.

본인의 횡설수설 개그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 개그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특이하다고 좋아하던데 계속 보면 질린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제 개그에 대해 ‘재미없다’라고 평가한다면 그건 저에 대한 벽이 쌓인 거겠죠. 그리고 그 벽이 쌓이기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저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진은 호모사피엔스’ 코너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대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횡설수설 개그가 더 큰 호응을 얻었는지도 모르죠(웃음). 첫 회부터 ‘재미있다’는 반응이 쏟아지자 자신감이 찼습니다. 체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대본을 짜고 녹화했더니 오히려 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박)준형 선배가 PD님께 ‘얘는 연습하거나 대본을 짜면 자연스러운 개그가 나오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해 대본도 리허설도 없이 녹화를 떴는데 망했죠(웃음). 횡설수설 개그맨답게 시청률도 재미도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네요.

그럼 이제부터 ‘명감독 김경진’을 모시고 영화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똥파리’ ‘워낭소리’ 등 독립 영화의 열풍 어떻게 보십니까?

대중문화의 유행은 인간의 몰개성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 독립영화의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양익준 감독의 ‘똥파리’ 제목을 보고 난 뒤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구상했던 영화 소재도 ‘파리’였거든요. 아파트 11층에 사는 남자가 파리를 잡아서 변기통에 버립니다. 10층에 살던 사람이 손톱을 깎아 변기통에 버립니다. 9층에 살던 사람은 화약 약품을 버립니다. 이것들이 지하에서 합쳐지면서 괴물 파리가 완성되는 거죠. 괴물 파리는 괴력을 지니고 있어 인간을 위협합니다(웃음). 양 감독의 ‘똥파리’와는 내용이 다르지만 제가 먼저 시도하려고 했던 제목인데 아쉽습니다.

창작물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학 시절 만든 ‘난 그 후로 달걀을 먹지 못했다’라는 제목의 단편영화인데 제가 감독 겸 주인공으로 활약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병아리랑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살던 개가 병아리를 잡아먹으면서 아이는 충격에 빠집니다. 그 이후로 달걀을 먹지 못했다는 내용이죠. 제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약육강식의 세계’입니다.

영화감독으로서 꿈을 버렸나요?

본업은 개그맨이지만 영화감독의 꿈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아 보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입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는 6월 개최되는 ‘미장센 단편영화제’에 15분 분량의 ‘사랑니 뽑는 날’을 출품했습니다.

이 영화는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 남자가 사랑니 때문에 고생합니다. 하지만 정작 사랑니를 빼고 나니 허전해한다는 거죠.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준 사람의 소중함을 모르다가 ‘빼고 난 사랑니’처럼 아쉬워한다는 주제를 담았어요.

연예인 중 자신의 작품에 출연했으면 하는 배우가 있다면?

소녀시대 ‘유리’가 출연했으면 좋겠습니다. 유리 씨에게 딱 맞는 시나리오도 구상해놨습니다. 순수한 사랑을 하던 여자가 시련을 당하자 유리로 변해버리죠. 진정한 사랑을 만나야 유리에서 해방된다는 내용입니다(웃음).

시청률 저조하던데, ‘개그야’의 위기 어떻게 보십니까?

모두 열심히 하고 있으니 ‘개그야’의 부흥이 반드시 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KBS ‘개그콘서트’의 웃음 코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그 외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흥미를 잃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모님’이나 ‘최국의 별을 쏘다’와 같은 인기 코너들의 생겨야 ‘개그야’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눌한 말투와 엉뚱한 생각으로 웃음을 유발시키는 남자 김경진. 어떤 유형의 사람이냐고 묻자 “똑똑한 바보”라고 답했다. 대중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매일 자신을 낮추는 그는 ‘행복한 바보’인지도 모른다. 독특한 남자 김경진이 ‘개그야’의 부흥을 이끄는 선발주자로 활약하길 기대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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