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이영범-노유정 부부 “슬리퍼에 후줄근한 차림…평범하게 살아서 죄송합니다”

[쿠키人터뷰]이영범-노유정 부부 “슬리퍼에 후줄근한 차림…평범하게 살아서 죄송합니다”

기사승인 2009-05-14 11:06: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을 맞이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는 연예인 잉꼬부부 네 쌍을 만난다. 지난주에는 ‘정의의 사나이’ 김보성과 아내 박지윤 씨의 ‘의리 부부가 사는 법’을 공개했다. 이번에는 16년 동안 단란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영범-노유정 부부를 인터뷰했다.

초여름의 방불케 하는 5월의 한낮, 서울 구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탤런트 이영범(48)-개그우먼 노유정(44) 부부는 “눈빛만 봐도 알 정도”라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차 있었다.

안정된 연기력으로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영범과 말재주를 살려 라디오 DJ로 활약 중인 노유정 부부는 지난 16년에 대해 “평범하게 살아온 시간”이라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결혼한 지 오래 되니 ‘잉꼬부부’라고 불러주시는데 그럴 때마다 민망해요. 우리는 연예인 부부답지 않게 정말 평범하게 살았거든요. 있는 모습 그대로 서로를 인정하다보니 원만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노유정)

“동창생들과 만나 사는 얘기를 들으면 거의 다 비슷비슷하더라고요. 저희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있어요. 행복할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죠.”(이영범)

노유정은 “우리 부부는 평범함 그 자체”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인들로부터 ‘너희들은 연예인인데 왜 그렇게 하고 다니냐’는 말을 수시로 들을 정도로 거의 꾸미지 않아요. DVD를 빌리러 갈 때에도 맨 얼굴에, 슬리퍼, 추리닝 차림으로 돌아다니거든요. 전 목욕탕에 가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데 소탈하다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실망하신 분들도 더러 있더라고요(웃음). 연예인은 신비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던데 평범하게 살아서 죄송하네요(웃음).”

이영범-노유정 부부는 열네 살 된 아들과 아홉 살 난 딸과 함께 평화로운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여느 부부와 마찬가지로 역경도 겪었다.

“(남편 표정을 살피다가) 살벌하게 싸우고 나면 이혼 도장을 찍고 싶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니 그럴 순 없잖아요. 분이 풀리지 않으면 아이들 스케치북을 열어놓고 도장 찍는 시늉을 하죠. 200번도 넘게 도장을 찍어본 것 같아요(웃음). 하루는 정말 화가 나서 이혼 서류를 내밀었더니 남편이 덤덤한 표정으로 서류를 들고 나가더라고요. 순간 속으로 ‘정말 도장 찍으려나’ 걱정했죠. 부부 사는 거 똑같잖아요. 저희도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웃음).”

아내의 거침없는 고백에 이영범이 다소 놀란 눈치였다. 노유정은 “무엇이든지 솔직하게 털어놓는 성격이라 남편이 저랑 인터뷰하는 것을 꺼린다”며 웃었다.

이영범은 “사실 아내의 솔직한 성격 때문에 다툰 적이 많았다”며 “그동안 아내의 끼를 억지로 눌렀는데 시간이 흐르니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아내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다보니 이해심이 많아졌다”고 털어놓으며 아내에게 고마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탤런트라는 직업이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생활 패턴도 굉장히 불규칙해요. 그동안 참기 어려웠을 텐데 인내하고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남편의 진심어린 고백에 노유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털털하게만 보였던 노유정은 “남편이 평소 살가운 성격이 아닌데 하루는 ‘못난 남편 만나 고생시켜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 마음이 애잔했다”며 남편의 소박한 고백에 감동하는 여린 여자였다.



공부보다는 인성이 중요…두 아이 양육법

이영범-노유정 부부의 사이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아이들이었다. 여느 부모가 그렇듯 아이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대화의 주제가 아이로 전환되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꽃이 피었다. 이영범-노유정 부부는 두 아이가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건강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라나길 기도했다.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니 학원가로 이사 가서 공부를 시켜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런데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닌 것 같아서 욕심을 버렸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더라도 리더십을 갖춘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이영범)

어렸을 때 사회사업가가 꿈이었다는 노유정은 라디오 DJ를 진행하면서 만난 가수 고한우의 소개로 무료급식제공단체인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이웃의 처지를 생각하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함께 봉사 활동을 다닌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길 원해요. 봉사 활동하기 전에는 불평이 많았던 아이들인데 지금은 건강한 몸을 지니고 있다는 자제에 고마워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물은 없지만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을 가르쳐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이영범은 인터뷰 중간에 “근데 여보, 우리 애들 공부 너무 안 시키는 것 아냐”고 물으면서도 “공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서 그런지 아이들 성격 하나는 참 좋다”며 넉살스럽게 웃었다.

이영범-노유정 부부는 알뜰파다. 절약하고 아껴 쓰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저축통장부터 만들어줬단다.

“평소 사치하지 않고 근검절약하려고 해요. 아이들 옷을 백화점에서 사 입혀 본 적이 없어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들이라 시장에서 옷을 사죠. 자동차도 있지만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편이에요. 버스나 지하철을 사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도 알려주기 위해서죠.”

이영범 “연기는 마음의 고향…시청자와 떨어지지 않을 것”

이영범은 현재 SBS 월화 사극 ‘자명고’에서 고구려 책사 을두지 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극 출연은 1980년대 방영된 MBC 사극 ‘조선왕조 500년’ 이후 두 번째다. 사극 촬영의 고단함 때문에 출연을 고사해왔지만 ‘자명고’를 촬영하면서 사극의 재미에 빠졌단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작업인지 몰랐습니다. 가발 쓰고 분장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자명고’로 돌아온 이영범은 아내 노유정과 함께 출연한 KBS 드라마 ‘641 가족’ 출연 이후 3년 만이다. 이영범은 드라마 종영 후 배덕대학교 연기과에서 2년 동안 강사로 활동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마침 강의 제의가 들어왔어요.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을 들려줄 겸 도전해봤는데 가르치는 것도 만만치 않더라고요(웃음).”

이영범은 3년 전부터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용서를 넘어선 사랑’에 출연 중이다. 지난 2월 전남 목포 공연을 거쳐 4월에는 경기도 안산 공연을 마쳤다. 내달부터는 포항, 부천, 고양 등을 돌며 공연을 이어간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를 할 만큼 연극에 관심이 많았어요. 1982년 방송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7~8년 동안 가나안 교회에서 성극을 하기도 했죠. 연극 무대를 마치고 관객이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라고 말해줄 때 보람을 느껴요. 연기자들은 무대 위에 설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기회가 닿는다면 연극 무대에 자주 서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오는 9월 방영 예정인 한일 합작 텔레시네마 ‘나의 19세’에도 얼굴을 드러낸다. 이 드라마에는 빅뱅의 탑(T.O.P)과 탤런트 허이재 등이 출연한다.

“그동안 이것저것 많이 해봤는데 전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기는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이젠 시청자와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라디오 DJ 노유정 “TV 출연 욕심나요”

개그우먼 출신인 노유정은 1995년 SBS 히트 시트콤 ‘LA 아리랑’에서 남편 이영범과 부부로 등장해 코믹 연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노유정은 현재 라디오 DJ로서 자리매김했다. 매일 오후 4시부터 방송되는 교통방송(TBN) 라디오 ‘아름다운 오후’를 7년째 진행 중이다. 톡톡 튀는 말투와 재치 입담에 고정 청취자도 많다.

노유정도 청취자와 웃고 떠들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애착을 느낀단다. 마이크를 내려놓고 싶었을 만큼 힘든 적도 많았지만 두 아이들의 간곡한(?) 부탁에 쉴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엄마 다른 건 다 관둬도 라디오는 계속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정도로 제가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아이들의 적극 지지와 고정 청취자의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일 오전 10시에 생방송되는 EBS ‘60분 부모’ 패널로도 출연 중이지만 TV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예전에는 라디오 DJ로만 활동하고 싶어서 방송 출연 제의가 들어와도 거절하기 일쑤였어요. 남편이랑 함께 드라마를 촬영한 뒤 연기 활동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TV 출연을 삼가 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후회가 들어요. 앞으로 TV에서도 자주 얼굴을 보이고 싶습니다.”

16년 동안 날 믿고 따라준 아내에게 바치는 상

이영범은 16년 동안 부부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아준 아내 노유정에게 고마워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이영범은 “16년 동안 나의 단점을 이해하고 참아준 아내에게 인내상을 주고 싶다”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아내의 어깨를 두드렸다.

노유정은 남편의 고백에 고마운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내로서 뒷바라지를 못해줘서 늘 마음이 아파요. 좀 더 나은 부인을 만났다면 이영범 씨가 더 성공했을 텐데…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처럼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서 16년 동안 쌓인 단단하고 깊은 사랑이 묻어나는 듯 했다. 장소 협조 : 커피볶는집 모모.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