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말 세무조사가 시작될 무렵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부탁과 함께 거액을 받은 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을 통해 세무조사를 중단시켜달라는 취지로 수차례 청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역할 분담해 전방위 로비=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종합하면, 천 회장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지난해 7월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후 천 회장은 박 전 회장 사돈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책회의를 열고 역할을 나눠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천 회장은 한 전 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직접 청탁하는 역할을, 김 전 청장은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의 실무자들을 접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전 수석은 박 전 회장 등에 대한 법률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보인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9일 "관련자들의 통화내역을 모두 조사했고, 박 전 회장 회사 직원들이 회의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 다 재연했다"고 말했다. 로비가 이뤄진 대부분 과정을 파악했다는 의미다. 세무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정승영 전 정산개발 대표 등 회사 임직원들이 상경, 실무 대책팀을 구성해 박 전 회장이 구속될 때까지 서울 충무로3가의 휴켐스 사무실 등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 유임 제안 있었나=검찰은 특히 천 회장이 당시 한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 관련 청탁을 하면서 잘 마무리되면 국세청장 유임을 위해 힘써주겠다는 취지의 제안도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한 전 청장을 상대로 전자우편 질의서를 보낼 때 이 항목도 포함시켰다고 한다. 홍 기획관은 "(한 전 청장) 신문 사항에 포함했는데 본인은 부인했다"고 말했다. 천 회장 역시 검찰에서 이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은 답변을 통해 천 회장 청탁이 세무조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 혐의는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검찰은 천 회장의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 입증에 자신하고 있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청탁을 받고 거액을 수수한 사실이 입증된 만큼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이미 각종 정황증거 등도 대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천 회장이 2003년 소프트웨어 업체인 나모인터랙티브를 인수한 뒤 2006년 세중나모여행으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한 사실도 확인한 상태다. 천 회장과 세 자녀가 박 전 회장 지인들을 통해 세중나모여행 지분을 매각하고 다시 사들이는 과정을 통해 지분을 14%에서 50%까지 늘렸고,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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