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당초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중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부산지검 등으로 소환해 관련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검찰 수사 동력(動力)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공소권 없음’ 결론
검찰은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진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公訴權) 없음’ 결론을 내렸다.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의 하나로, 사건에 관해 소송 조건이 결여됐거나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 검사가 내리는 결정이다. 이는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사 결과 범죄 사실이 입증되지 않을 때 내리는 무혐의 결정과 구별된다. 검찰은 당초 내주 중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측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600만달러의 포괄적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지난달 30일 역대 대통령 중 세번째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했고, 권 여사와 아들 건호씨, 딸 정연씨, 조카사위 연철호씨 등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2007년 6월 대통령 관저로 보낸 100만달러와 2008년 2월 연씨에게 송금한 500만달러가 모두 노 전 대통령을 위한 뇌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사업 등 자신의 사업과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개입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 수사에 후폭풍 부나
노 전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 최종 종착지였던 점을 감안하면 노 전 대통령 서거는 남은 수사 일정에도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검찰은 박 전 회장과 관련된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조세포탈 혐의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현직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소환 조사도 계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줄곧 제기돼 왔던 ‘표적 수사’ 논란 등이 거세질 경우 검찰 수사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어느 정도 미뤄지거나 수위 조절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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