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이승철 “획일화 되는 아이돌…일정 부분 책임 느껴”

[쿠키人터뷰] 이승철 “획일화 되는 아이돌…일정 부분 책임 느껴”

기사승인 2009-05-26 18:10:18

"[쿠키 연예] 24년 동안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이승철(43)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좌중을 압도하는 무대 매너와 애절한 음색은 해를 거듭할수록 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라드 황제’ 보다 ‘현재 진행형 가수’로 남고 싶어 하기에 가능했던 일일까. 2002년 부활과 재결합해 ‘네버 엔딩 스토리’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은 이후 쭉, 지난 6일 발매된 10집 앨범 ‘뮤토피아’(Mutopia)의 타이틀 곡 ‘손톱이 빠져서’까지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뮤토피아’라는 뜻은 음악(Music)과 유토피아(Utopia)를 합성한 단어인데요. 이번 앨범이야 말로 제가 추구하고 싶고자 했던 음악 이상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것 같아요. 착한 아내, 토끼 같은 두 딸과 함께 사는 행복한 생활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줬습니다. 신이 저의 손을 이끌고 환상의 세계인 ‘뮤토피아’로 데려준 것 같은 느낌이에요.”

단란한 가정이 가져다 준 마음의 평화는 앨범 ‘감사의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서 앨범 화보 촬영을 마치고 아내의 두 손을 잡았을 때 느꼈던 행복한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뿌연 안개의 우포늪은 신비로웠다. 낡은 조각배 하나가 친근하게 물 위에 떠있고…. 사랑하는 아내와 나는 차가운 아침바람과 함께 그저 행복해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 앨범을 펼쳐보는 당신의 마음속에 우포의 아침이 따스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눈을 뜨고 와인을 마시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노래를 만들었죠. 일과의 마지막은 곤히 잠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됐고 목소리에 힘을 뺀 음악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10집 앨범으로 전환점 맞은 이승철

이승철은 이번 앨범을 음악 활동의 전환점으로 삼았을 정도로 모던 락, 보사노바, 레게, 브리티시 락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했다.

“‘손톱이 빠져서’를 타이틀곡으로 정하기 전 좋은 곡이 하나 더 있었어요.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곡이라 무조건 히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뻔한 이승철표 발라드’가 될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했어요. ‘발라드 황제’라는 애칭을 주셔서 감사하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웰 메이드’ 앨범인 이승철의 10집은 ‘한 권의 화보집’을 연상시킨다. 정우성, 원빈, 이정재, 전도연, 송혜교 등 국내 톱스타들과 작업한 유명 사진작가 조선희가 재킷 사진을 아름답게 탄생시켰다. 곡마다 느낌을 살려 13곡으로 꽉 채워 넣었다. 그는 ‘불황일수록 더 정성을 들이자’는 역발상을 하면서 이번 앨범을 작업했다고 한다.

“쉽게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는 디지털 음원이 대세지만 완성도 높은 노래와 규모 있는 앨범을 만드는 것은 선배가수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선배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의식 있는 후배들도 자신의 음악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거라 믿거든요.”



공연은 나의 힘…

‘무대에서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의 바람대로 5년째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10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전국 30여개 도시 공연을 돌고 있다. 지난 3일 광주 공연으로 막을 올린 ‘뮤토피아 콘서트’는 최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4년 연속 콘서트 티켓 판매 1위답게 매진 사례를 기록 중이다.

이승철의 공연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것은 세대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히트곡 ‘희야’ ‘소녀시대’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마지막 콘서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 따라 부르기 쉬운 가사와 멜로디는 남녀노소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하지만 그의 노래 인생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힘들 때마다 그를 잡아준 것은 팬과 무대였다. 이승철은 24년 동안 팬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기부 및 후원으로 돌려주고 있다. 10집 앨범 수익금은 아프리카 우물 파기 운동에 쓰인다.

이승철의 선행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1992년부터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일에 앞장서온 것.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한국심장재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팬클럽과 함께 한국심장재단에 1억 원을 쾌척했다.

선배가수들의 희생이 필요할 때

이승철은 많은 사랑을 받아온 베테랑 가수답게 가요계 문제점에 대해 책임을 느꼈다. 특히 요즘 가요계 핫 코드로 떠오른 ‘아이돌 그룹’의 활약에 대해 대견스러워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요즘 아이돌이나 신인 가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끼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회사 이익 창출과 가요계 불균형적 상업 구조로 인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이 몰개성, 획일화되는 현상을 겪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라디오에서 만난 솔로가수 나비는 가창력이 뛰어난데도 뻔한 발라드를 부르더라고요.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죠. 선배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의 행보에 책임을 느낍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좋은 음반을 만들어서 이끌어주고 싶어요.”

이승철은 음반 불황에 시달리는 지금이야 말로 선배가수들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승철은 2002년 부활로 뭉쳐 발표한 곡 ‘네버 엔딩 스토리’가 큰 사랑을 받았을 때 ‘받은 사랑을 돌려줘야 할 때’라고 느꼈단다.

“부활을 잊지 않고 사랑해주신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습니다. 우리를 여전히 사랑해주고 지지해주는 팬들을 위해 가진 것을 되돌려주기로 결심했죠. 대중이 좋아할 만한 노래를 만들고 봉사 활동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연기요? 가수가 본업입니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가수로 출연한 이승철은 ‘김광수 대표와의 인연으로 참여했을 뿐’이라며 향후 연기를 지속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1992년 박찬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에서 주연배우로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승철은 연기 및 예능 등 부수적 활동보다 본업인 음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요즘 음악 프로그램이 다시 많아져서 굳이 다른 곳에서 활동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요. 24년 동안 한결같이 저를 사랑해주셨던 만큼 좋은 음악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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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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