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박연차 게이트’의 수사는 재개됐지만 검찰 수뇌부는 물론이고 수사팀 교체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검찰수사가 당초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이번주부터 현역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들을 소환조사하고 다음주 중에는 구속영장 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일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동력 잃은 검찰 수사= 검찰은 수사 일정만 늦춘 것일 뿐 수사 원칙과 수위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해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강공수사를 밀어부치는 게 쉽지 않은 형국이다. 소환이 유력시되는 인사들이 검찰 출석을 미루며 시간을 끌거나 참고인들이 수사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기존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로 박 전 회장을 추가 기소할 지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이 640만달러에 대한 자백을 번복한다면 뇌물 공여 혐의는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로선 검찰이 추가 기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경우 자백에 의존한 수사라는 비판을 초래할 수도 있다.
◇책임론 부각되는 검찰의 침묵=검찰은 여론의 싸늘한 시선과 야당의 공세에 일체 함구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매일 해오던 언론 브리핑을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23일부터 전면 중단했으며, 31일 천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 사실도 간단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언론에 알렸을 뿐이다.
내부에선 임채진 검찰총장이 물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경한 법무장관의 동반 퇴진과 이인규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수사팀 교체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총장님이 사표까지 낸 마당에 뭐라고 언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고, 다른 검사는 “총장 사퇴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검찰총장이 현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수사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일고 있어 검찰의 고민이 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노 전 대통령 서거' 추모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