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지역 대표 상권…줄줄이 경매

무너지는 지역 대표 상권…줄줄이 경매

기사승인 2009-06-11 21:33:01
"
[쿠키 경제] 대구 남일동에 위치한 9층 높이의 A시네마 건물. 건물 1층과 2층에 유명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 레스토랑이 각각 위치한 이곳은 오랜 기간 대구 상권의 중심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던 이곳이 지난 9일 법원경매에서 160억여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경매시장에 등장한 후 2번의 유찰을 거듭한 끝에 감정가(약 284억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에 새 주인을 찾았다.

부산 장전동 부산대 옆에 있는 M메가플렉스와 부대시설도 경매로 나와 1년간 유찰된 후 지난 4일 감정가 82억원의 16%인 13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극심한 경기침체가 지방의 대표 상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대형 상가들의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대형 상가들이 속속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은 11일 올 1월부터 5월까지 전국에서 감정가 30억원이 넘는 업무·상업시설 874건이 경매에 부쳐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624건과 비교할 때 40% 늘어난 수치다. 경매 물건이 증가했지만 투자자들이 매입을 꺼리면서 매각률이나 매각가율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올해 대형 업무·상업시설의 평균 매각률은 19.2%, 매각가율은 48.2%로 지난해 각각 23.4%, 54.1%와 비교할 때 낮아졌다.

광주 용봉동 전남대 인근에 있는 H스포렉스 건물도 같은 경우다. 광주 상권 중심지에 있으며 감정가만 516억원에 달한다. 지하 2층에 지상 12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복합상영관과 예식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입점해 있는 초대형 상가다. 올해 전국에서 나온 업무·상업시설 경매 물건 중 감정가가 가장 높은 이 건물은 이날 광주지방법원에서 경매에 부쳤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전남 목포시 상동에 위치한 농수산물도매시장도 감정가가 236억원에 이르렀지만 지난 3월부터 모두 3차례 유찰된 후 다음달 20일 감정가의 56%인 132억여원에 경매가 예정돼 있다.

이처럼 지방 대형 상가들이 매물로 나오는 것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 악화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지방이 대출금 상환 압박에 먼저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상가의 경우 우선 금액이 크고 임차인 수가 많아 유치권 등 권리 관계가 복잡해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입점한 업체들의 보증금과 금융권의 채권 회수 등 문제가 발생해 피해자가 속출할 수 있다"며 "경매기간이 길어지면 건물 관리와 영업피해가 발생해 주변 상권까지 침체되는 도미노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소비력 면에서 취약한 지방 상권이 먼저 타격을 받았지만 서울 지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라며"이런 상황이 확산되면 쇼핑몰을 중심으로 상가 전체가 슬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뭔데 그래◀ 아시아의 월드컵 본선진출권 4.5장, 적당한가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