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내려간다더니… 정유사별 공급가 공개, 주유소만 압박

기름값 내려간다더니… 정유사별 공급가 공개, 주유소만 압박

기사승인 2009-06-14 21:03:00


[쿠키 경제]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격 공개가 정유사 간 경쟁을 촉발시켜 기름값을 인하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주유소들만 압박하고 있다. 최근 국제 석유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정유사들은 공급가격을 크게 올렸지만 폴사인(정유사 브랜드)을 단 주유소들은 공급가만큼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급가 공개 이후 가격 수렴을 통한 정유사들의 암묵적 담합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유사별 주유소에 대한 휘발유 공급가격은 SK에너지가 4월 다섯째주 ℓ당 1397.89원(세후)이었던 것이 이달 첫째주 1487.97원으로 90.08원(6.05%) 상승했다. 반면 주유소 공급가격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는 것을 1주일로 가정했을 경우 SK 폴을 단 주유소들의 ℓ당 소비자가격은 지난달 첫째주 1550.67원에서 이달 둘째주 1598원으로 37.33원(2.96%) 상승하는 데 그쳤다.

GS칼텍스도 4월 다섯째주에서 이달 첫째주까지 주유소 공급가격의 차이는 95.36원(6.31%)이었지만 GS칼텍스 폴을 단 주유소들의 지난달 첫째주에서 이달 둘째주까지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42.01원(2.63%) 오르는 데 머물렀다. 이 같은 추세는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유사별 공급가격이 공개되기 전인 4월 말과 비교했을 때 주유소의 유통마진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4월 둘째주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53.19원으로 정유 4사의 주유소 공급 평균가격(1451.79원)에 비해 101.4원 많았다. 4월 셋째주와 넷째주 역시 각각 100.7원과 102.6원으로 모두 100원을 넘어섰다.

그러던 것이 정유사별 공급가격이 공개된 이후인 지난달 둘째주에는 이 차이가 99.22원으로 줄었다. 이후 91.9원, 89.11원으로 줄다가 이달 첫째주 들어서는 61.3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별 공급가격 공개로 주유소의 경우 유통마진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며 "이를 부담스럽게 여긴 주유소들이 가격을 정하는 데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유사별 주유소 공급가 공개가 거대 정유사들보다 군소 주유소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정유사별 공급가 공개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사별 공급가가 공개된 이후인 지난달 둘째주 ℓ당 평균 1538원이었던 전국 휘발유 가격은 계속 올라 이달 둘째주 평균 1590.52원을 기록했고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1900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공급가 공개 이후 정유사들이 타사의 공개 결과를 보고 가격을 수렴시키는 암묵적 담합과 관련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특히 향후 공급가 데이터가 쌓이면서 보다 정밀하게 타사의 공급가를 예상해 자사의 공급가를 맞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공급가 순위가 거의 매주 바뀌고 있고, 가격 차이 역시 수렴하지 않고 있다며 반박한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주 정유사별 휘발유 공급가 차이가 23.84원으로 첫 공개 때인 16.79원보다 더 벌어졌다"며 담합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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