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포함해 21명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당초 검찰 진술을 뒤집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혐의를 모두 인정한 인사는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 2명에 불과하다.
불법 정치자금 7억원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은 5억원 부분, 송은복 전 김해시장은 10억원 수수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상품권은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뇌물, 횡령 혐의를 모두 부인한 상태다.
이들의 주장은 검찰이 확실한 물증 없이 박 전 회장 진술만으로 자신에게 혐의를 씌웠다는 것. 송 전 시장은 최근 공판에서 “검찰 증거가 박 전 회장과 정승영 정산개발 대표 진술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만간 재판을 받게 되는 전·현직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역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유·무죄를 다투는 법정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수사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검찰도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 돼 버렸다. 지난 11일 열린 민주당 이광재 의원 공판에서 박 전 회장은 이 의원에게 수차례 돈을 건넸지만 매번 거절당했고, 옷장에 돈을 넣었을 뿐 실제로 가져가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이 의원에게 사과까지 했다. 은밀하게 돈이 오가는 뇌물 사건은 관련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되는 전례가 비일비재해 그동안 박 전 회장 진술에 상당히 의지했던 검찰로선 편치 않은 국면이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재판부의 정상 참작과 형량 감경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며 유죄 입증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검찰은 증거만으로 판단한다”며 “피고인들이 이미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혐의를 인정한 만큼 앞으로 재판을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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