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빛과 그늘…자동차 장사진 열기 가득,지방은 ‘할인 아파트’

부동산의 빛과 그늘…자동차 장사진 열기 가득,지방은 ‘할인 아파트’

기사승인 2009-06-18 22: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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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이 오가고, 떴다방이 뜨고. 다른 한편에선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판매가 성행하고.'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인천 청라지구와 판교신도시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덜 내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가 하면 심지어 불법전매까지 횡행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선 아파트 급등세가 상가분양가로 이어지고 있다. 800조원 안팎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이 특정지역 부동산 시장에 몰리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돈과 투기심리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부풀어 오른 뒤 실수요자가 모여 들면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폭탄 돌리기'나 '풍선 불기'처럼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억대 프리미엄 아파트=18일 경기도 성남시 서판교 지역 휴먼시아 힐스테이트 주변. 지난달 29일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조경 공사 등으로 공사 트럭과 인부들만 분주히 다닐 뿐 입주민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앞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는 상담자들로 북적이고 정문 앞 소규모 상가 앞 도로에는 이들이 타고 온 10여대의 승용차가 정차돼 있어 이곳 아파트에 대한 열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미리 입주를 시작한 동판교의 풍성신미주나 이지더원과 달리 중대형 평형이어서 입주와 동시에 전매가 가능하다. 그러나 양도세 부담 등으로 실제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부족해 호가가 급등하고 있다. 현재 3억∼4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현지 중개업자는 전했다. 126㎡의 경우 분양가가 6억1000만원(채권손실액 포함)이었지만 현재는 9억∼9억5000만원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이러다 보니 양도세를 적게 내기 위한 다운계약서까지 등장하고 있다.


상가에도 돈이 몰린다.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판교 상가시장에 유입된 자금만 2000억원에 육박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지난해 11월 낙찰률 13.6%를 기록했던 주공 상가의 경우 지난달 낙찰에서는 17개 점포가 다 팔리며 100% 낙찰률을 기록했다. 16일까지 진행된 중심상업용지 낙찰에서는 505-1 필지 내정가격이 67억1420만원이었으나 낙찰금액은 182억9600만원으로 273%라는 기록적인 낙찰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법 전매 판치는 청라=인천 송도, 청라지구에는 '떴다방' 업자들이 개입해 불법 분양권 거래를 부추기는가 하면,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의 경우 다운계약서 작성이 성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인기분양 아파트인 인천 송도국제도시 '더샵 하버뷰Ⅱ'와 인천 청라지구 'SK뷰'에는 '떴다방'들이 대거 몰려들어 불법 전매를 하고 있다. '떴다방'들끼리 매매가 이뤄지면서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최종 매수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매수자 쌍방이 계약서를 공증하고 1년 후 전매제한이 풀릴 때 분양권 명의를 변경하는 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더샵 하버뷰Ⅱ 131㎡의 경우 현재 7000만∼8000만원, 최고 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된다. 대형인 151㎡ 이상은 층·향에 따라 2000만∼5000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현지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 이틀 째인 지난 17일에 벌써 100여개의 분양권이 거래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많이 팔았다"고 말했다.

◇지방은 '할인 아파트'=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인 탓에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6월보다 오히려 6000가구 정도 미분양이 더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매입 대책 발표 후부터 이날까지 대한주택공사가 6078가구를 매입한 것을 감안하면, 지방 미분양 물량의 적체는 훨씬 심각하다. 이 영향으로 부산과 대구 등 대도시에는 분양가를 20∼40% 할인한 아파트가 등장해 기존 입주민들과 시행사 및 시공사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숫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의 경우 미분양을 전세로 돌리는 경우도 크게 늘어났다.

다른 수도권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날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김포한강신도시 '우미 린'은 모두 1045가구 공급에 94명만이 청약을 접수해 0.0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불과 얼마 전에 청라지구에서 평균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극과 극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부동산 분양 시장이 실수요보다 투자 시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전매 제한, 재당첨 제한, 각종 세제 완화 등 각종 규제 완화로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역에 따른 편차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문제점=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지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그 힘은 투기적 수요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수요가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투기수요와 부동자금이 가격을 끌어올려 실제로 실수요가 개입하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솔직히 거품이 끼어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현재 분양 시장은 실수요보다 투자 시장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며 "각종 개발 호재를 통한 프리미엄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지만 하반기 거시 경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판교·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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