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조진웅, 사실은 제 부친 존함입니다”…아버지 이름으로 살게 된 사연

[쿠키人터뷰] “조진웅, 사실은 제 부친 존함입니다”…아버지 이름으로 살게 된 사연

기사승인 2009-06-18 19:33: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드라마, 영화, 가요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6월에는 드라마 및 영화에서 ‘명품 연기’로 활약 중인 연기자들을 인터뷰한다. 지난번에는 MBC 아침극 ‘하얀 거짓말’의 임지은, SBS 수목극 ‘시티홀’과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활약 중인 배우 신정근을 만났다. 이번에는 KBS2 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철부지 아빠 브루터스 리 역을 맡은 조진웅과 이야기를 나눴다.

‘브루터스 리’ 조진웅 “저 토종 한국인이에요”

“미쿡에서 살다 왔냐고요? 오~ 노우.”

KBS2 TV 주말극 ‘솔약국집 아들들’에는 혀에 버터를 바른 듯 ‘오 마이 갓’과 ‘오~노우’ 등 영어를 연발하는 감초 연기자가 나온다. LA 한인 타운에서 살다가 아내의 권유로 한국을 찾은 ‘브루터스 리’ 역의 조진웅(33)이다.

서울 상암동 본사에서 만나본 조진웅은 185cm의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자랑했다. 외국에서 스테이크 썰며 생활했을 법한 유학파 냄새도 풍긴다. 하지만 그는 미국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고, 고향이 부산인 토종 한국인이다. 극중에서 쓰는 영어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직접 익힌 것. 지금은 영어 선생님을 두고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민 다녀온 게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사실 드라마에서는 영어를 그렇게 많이 쓰진 않거든요. 어설픈 한국말과 느끼한 영어 발음으로 대사에 포인트를 두는 정도인데 그 말투를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브루터스 리는 직업이 차량 및 오토바이 수리공이라 의상도 화려하다. ‘오토바이 족’을 연상시킬 정도로 징이 박힌 장갑이나 딱 달라붙는 가죽 바지 등을 입고 다닌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도 ‘오토바이 족’ 의상을 입고 왔다.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의상을 입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에는 라이더 의상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팬들이 미니홈피를 통해 조언을 해주셔서 한결 수월해요(웃음). 또 원래 라이더 의상은 굉장히 화려한데 전 힘을 빼고 평범한 느낌을 살리고 있습니다.”



2004년 스크린 데뷔…연극 경험까지 합하면 12년 베테랑 연기자

조진웅은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우리 형’ ‘야수’ ‘비열한 거리’ ‘마이 뉴 파트너’ 등 줄곧 영화 무대에서 감초 연기자로 활약해왔다.

드라마 출연은 케이블 채널 tvN ‘로맨스 헌터’(2007)와 OCN ‘과거를 묻지 마세요’(2008) 이후 세 번째, 지상파 방송 출연은 ‘솔약국집 아들들’이 처음이다. 기존 작품에 비해 역할 비중이 크고 캐릭터가 독특하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남다르단다.

“‘솔약국집 아들들’은 6개월 정도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해요. 그 과정에서 철부지 아빠 브루터스 리가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야 하고요. 반년은 브루터스 리로 살자고 마음먹어선지 얼마 전 아내 혜림(최지나)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낼 때는 정말 슬펐어요.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는데도 눈물이 그치지 않더라고요. 친구들과 술 한 잔 마시면서 웃는데 ‘나만 행복할 수 없지’하는 생각이 들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았어요.”

요즘 ‘솔약국집 아들들’에 빠져 사는 조진웅은 12년 전 부산 연극 무대부터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 배우다. 스크린 데뷔한지 5년 만에 13편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도 폭넓게 쌓았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행운아’ ‘신의 아들’이라며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온 것을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그의 노력이 이뤄낸 결과물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까지 출연해 유하 감독과 친한 줄 아시는데 사실 그렇지 않아요.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할 때도 유하 감독을 찾아가서 오디션을 보고 기회를 달라고 빌어서 겨우 출연하게 된 거거든요. 나머지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제가 찾아가서 따낸 배역들이지 충무로에서 받은 러브콜은 없었어요(웃음). 힘들게 따낸 배역이라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아요.”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쓴 지 6년째

배우 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사실 ‘조진웅’은 부친의 존함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데뷔할 때 ‘제대로 된 연기자가 되자’는 각오를 다졌는데 제 의지를 표현할 만한 것들이 없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버지 이름을 빌려 쓰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만약 제 행동이 불손하고 거만하면 ‘조진웅, 왜 저래?’라는 말을 들을 텐데 그건 곧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일이잖아요. ‘바른 연기자가 되자’는 의미에서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버지의 이름을 쓰게 됐어요.”

이름에 얽힌 웃지 못 할 사연도 있었다. “제가 영화 ‘우리 형’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접한 친할머니가 손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셨대요. 영화 관계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원준이 할머닙니다’라고 했는데 ‘원빈 할머니’로 잘못 알아듣고 VIP 석으로 안내해주셨다고 하네요, 하하. 할머니가 ‘네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영화보고 왔다. 그런데 조원준이라는 이름이 없더라’고 물어보셔서 ‘저 조진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노발대발하시더라고요. 그때 이름 때문에 할머니한테 실컷 혼났던 기억이 어제 같네요.”

아버지는 연기 스승

조진웅이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영화 보기’가 취미인 조진웅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부터 아들을 데리고 고전 영화를 보러 다녔다. 또 집안에는 올드 팝송이 끊기는 날이 없었다.

“아버지가 ‘대부’처럼 구조가 탄탄한 ‘웨스턴 무비’를 좋아해요. 젊은 사람들이 보기에 딱딱하고 지루한 고전영화를 많이 좋아하시고요. 사실 저도 옛날에는 아버지 때문에 고전영화 억지로 봤었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고전 영화와 올드 팝송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어요. 부전자전인가 봅니다.”

아버지가 조진웅 씨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자 ‘너, 연기 언제 그만 둘래?’라고 말씀하신다는 답이 돌아온다.

“아버지의 연기 기준은 영화배우 겸 감독인 말론 브란도예요, 저는 아직 한참 멀었죠(웃음). 아버지의 만족을 채워드리려면 평생 연기해도 모자를 것 같네요. 그래도 요즘 드라마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흐뭇해하시더라고요. ‘스스로 무게감을 느껴야한다’ ‘행실 똑바로 해라’ 잔소리는 여전하시지만요(웃음).”

조진웅은 연기 스승과도 같은 아버지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조진웅은 여느 자식들이 그렇듯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했다.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서 감사해하고 있어요.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제 건강을 좀 챙기시면 좋겠어요. 저 장가가는 모습도 보셔야 하고 손주도 품에 안으셔야 하니까요. 아버지! 거짓말 하지 않는 진솔한 연기로 기쁘게 해드릴게요!!”

조진웅은 드라마 활약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개봉을 앞둔 영화 ‘부.산’에도 출연한다. 보도방을 운영하며 밑바닥 인생을 사는 상구 역으로 관객 앞에 선다. ‘21세기 광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그의 목표를 들으니 다음 연기 행보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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