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관중석을 가득 메운 함성도 없다. 중계도 없다. 감독도 고참 선수들도 없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선수들의 열기는 챔프전 못지 않게 뜨겁다.
2009 여자농구 퓨처스리그 안산 신한은행과 부천 신세계의 경기가 열린 19일 안산와동체육관. 전력 탐색차 경기장을 찾은 춘천 우리은행 선수단을 포함해도 100명이 채 안되는 관중들만 경기를 지켜봤지만 양팀 선수들의 움직임엔 패기가 넘쳤다.
이날의 히로인은 단연 신한은행의 김유경(20)이었다. 팀 최다득점인 24점을 넣고 4어시스트, 3리바운드, 3스틸로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기록됐다. 특히 추격전이 한창인 4쿼터 막판 결정적인 레이업슛 2개를 잇따라 성공시켜 분위기를 바꿨다. 그의 막판 분전에 힘입어 신한은행은 83대 77로 신세계를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프로 3년차인 김유경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허리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겪으며 재활에 몰두하다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김유경은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이 24점을 넣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그렇게 많이 넣었어요”라고 반문하며 “프로 올라와서 가장 많이 넣은 기록”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주원-최윤아로 이어지는 강력한 가드진을 구축한 신한은행에서 그의 존재는 오히려 더욱 절실하다. 전주원은 올해 37세인 나이가 부담스럽고 최윤아는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백업 가드로서 그의 활약이 다음 정규리그에서 신한은행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유경은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언니들과 함께 뛰면서 배우는 게 많다”며 “올 시즌에는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많다. 운동도 열심히 했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듯 하다”며 농구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퓨처스리그는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 7년차 이하로 출전 자격이 제한되는 2군 리그 성격의 유망주 등용문이다. 각팀의 고참인 주전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감독도 벤치에 앉을 수 없다.
경기에 잘 나서지 못했던 2진급 선수들이라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사령탑의 눈도장을 받아야 주전급 도약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퓨처스리그 원년 최우수선수(MVP)인 신정자(금호생명)를 비롯해 최윤아(신한은행), 김은혜(우리은행) 등도 퓨처스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주전자리를 꿰찬 케이스.
경기에 나서고 싶은 각 팀의 신진 선수들에게 퓨처스리그는 오늘이 내일이 되는 현존하는 미래 임에 틀림없다. 안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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