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변기 부품 80% 생산하는 와토스코리아 “연구인력 늘리고픈 데 구직자 없어”

양변기 부품 80% 생산하는 와토스코리아 “연구인력 늘리고픈 데 구직자 없어”

기사승인 2009-06-28 17:44:02

[쿠키 경제] “36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작은 시련으로 나를 더 크게 쓰시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냈습니다.”

양변기와 세면대 부품업체 와토스코리아를 운영하는 송공석(57) 사장은 28일 “산전수전 다 겪다보니 ‘이렇게 하면 안 망하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시 원당동에 있는 와토스코리아는 국내 양변기 부품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다. 도기업체에서 양변기 외관만 씌울 뿐 물을 채우고 내리는 핵심 부품은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다른 5∼6개 업체도 부품을 만들고 있지만 와토스코리아가 수십년 동안 쌓아온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와토스코리아는 불량률이 제로에 가까울 뿐 아니라 신속한 사후관리(AS) 체제가 잘 갖춰져 있어 건설업체들이 가장 선호한다.

처음부터 사업이 잘 되지는 않았다. 자취방 1인 회사로 시작해 90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으로 발전했다.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사장은 16세 때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접시닦이, 고물장사, 화장품 외판원 등 이것저것 잡일을 하다 친구 따라 양변기 부품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다 회사가 망한 뒤 22세 되던 1973년 “내가 해보자”고 마음 먹고 6.6㎡(2평)짜리 자취방에서 부품 중개 사업을 시작했다.

중개를 하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 직접 만들어 파는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당시엔 모양만 비슷하면 팔리는 시기여서 별 다른 기술은 없었다. 그저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우물만 파다보니 ‘물이 새지 않고 오래 쓰게 만드는’ 기술력이 쌓여갔다.

송 사장은 1998년 외환위기를 포함해 4차례 큰 위기를 겪었다. 두번은 완전히 망했고 두번은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그때마다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섰다. 관계사 사람을 모두 불러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꺼내 보이면서 “지금은 이것 밖에 없지만 나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설득했다. 송 사장은 “난 기독교인으로서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라는 재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람도 버리지 않았다. 외환위기 당시 시무식 때 “한 사람도 감원하지 않겠다. 감봉도 안 하겠다. 다만 임금 인상은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못지 않게 경영환경이 악화된 올해 1월 시무식 때도 송 사장은 직원들 앞에서 같은 말을 했고 이를 지키고 있다.

현재 와토스코리아는 코스닥 시장에서 ‘물 부족 시대의 수혜주’로 꼽힌다. 절수 부품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급수 시간을 줄이는 제품과 소변을 내릴 때만 물을 적게 내리는 듀얼 타입 부품의 매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송 사장은 요즘 정부에 ‘절수형 양변기 교체 사업’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 설치된 양변기 3000만대를 절수형으로 바꾸는 일이다. 송 사장은 “총 예산은 5000억원 정도 들겠지만 물 낭비를 줄여 연간 절약되는 돈이 1조원에 달한다”면서 “관공서, 터미널, 백화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 사용량이 많은 화장실부터 교체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지난 2월 고려대 경영학과 최고령 졸업생이 됐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였던 그는 “경영자의 능력이 떨어져 회사가 어려워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 2003∼2004년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2005년 고려대 수시 특기자 전형에 합격했다. 4년 동안 결석 한 번 없이 학점을 모두 이수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부족한 점이 또 나타나면 대학원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송 사장은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의 괴리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9명인 연구인력을 20명으로 늘리려고 하는데 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심하게 말해서 요즘 실업자는 없고 싫업자(일하기 싫어하는 사람)가 많은 것 같다”며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경험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인천=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사진=이병주 기자
mogul@kmib.co.kr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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