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무247패라도 즐거워요”…9년째 무보수 서울대 야구부 탁정근 감독

“1승1무247패라도 즐거워요”…9년째 무보수 서울대 야구부 탁정근 감독

기사승인 2009-07-03 17:34:01


[쿠키 스포츠] 서울대야구부가 3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도쿄대와의 교류전에서 또다시 콜드게임으로 무릎을 꿇었다. 8회말 13대 0, 처참한 스코어였다.

탁정근(43)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불러모아 놓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2주 동안 모두들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눈빛에 비치는 아쉬움마저 감출 순 없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고 체육교사로 근무하는 탁 감독은 9년째 서울대야구부 감독직을 맡고 있다. 월급은 없고 사비마저 털어넣어야 하는 자리를 그가 여전히 지키는 이유는 전통을 계승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1950년대 해체됐다가 1977년 재창단된 서울대야구부는 현재까지 공식경기에서 1승1무247패를 기록중이다. 엘리트 선수 출신도 없이 모두 아마추어 학생들로 팀을 구성하다 보니 전문 운동선수로 구성된 다른 대학팀들과 싸워 이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탁 감독은 “무엇보다 1승을 위해 뛰는 순수함이 좋았다”며 “지금은 후배들의 열정이 좋아 야구부를 떠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연간 800만원이 지원되는 학교 예산으로는 대회마다 5∼6개씩 부러지는 배트 값을 대기에도 빠듯한 실정. 그래도 야구가 좋고 후배들의 열정이 좋아 ‘눈먼 사랑’을 계속 바치고 있는 중이다.

탁 감독의 노력은 2004년 9월 1일 대학야구추계리그에서 값진 1승을 거둠으로써 열매를 맺었다. 당시 서울대는 동대문구장에서 광주 송원대를 상대로 2대 0 완봉승을 거뒀다. 199패1무를 기록한 뒤 거머쥔 첫 승리였다. 탁 감독은 “선수들도 좋아했지만 내가 너무 기뻐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5년 시작된 도쿄대와의 교류전은 매년 열리다가 올해부터 격년제로 바뀌었다. 지난 3차례 경기에서 서울대는 매번 콜드게임으로 졌다. 도쿄대도 전문 운동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로 구성되기는 마찬가지지만 유소년 클럽 등에서 기본기를 익힌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기량이 뛰어나다.

이날 경기에서 서울대는 선발투수 유병수의 호투를 발판으로 2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 승리의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3회초 수비에서 외야수가 낙구 지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첫 실점한 뒤 내리 3점을 내줬다. 배상현과 박찬호가 마운드를 이어받아 추가 실점을 막아내며 역전을 노렸지만 7·8회 연거푸 5점씩을 내주었고, 결국 콜드 게임이 선언됐다. 경기 경험이 적기 때문에 실수 하나에 팀 전체가 위축된 것이 패인이었다.

하지만 탁 감독은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 시합에선 안타 1개에 그쳤던 타선이 5안타를 뽑아냈고, 7회말을 넘긴 적이 없었지만 이날은 8회말까지 승부를 끌고 갔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시합을 앞두고 유례없는 합숙훈련까지 소화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서울대 소속으로 4년을 뛴 일본인 학생 우곤 다이스케(경영 4)는 “공부만 하던 학생들이 열심히 도전하는 모습이 매우 감명깊었다”며 “야구부 경험이 평생 잊지 못할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뭔데 그래◀ 예비군 동원훈련 연장 적절한가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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