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와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4일 2주 동안 서울에는 553㎜의 비가 쏟아졌다. 1940년 같은 기간 924㎜가 내린 이후 최대치다. 특히 9일과 14일에는 하루동안 각각 221㎜의 비가 퍼부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50㎜ 이상이 쏟아졌고, 한강의 물살도 자료가 보존된 99년 이후 가장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비 피해가 거의 없었다. 한강변 중 지대가 가장 낮은 반포공원에서 나무 26그루와 잔디 140㎡, 보도블록 일부가 유실됐고 뚝섬 여의도 망원 광나루 공원 등에서는 토사와 쓰레기가 쌓이는 정도로 그쳤다. 시내 저지대 주택가에 일부 침수가 있었지만 곧바로 복구됐다. 인명피해는 아예 발생하지 않았다.
과거 집중호우 때마다 커다란 피해가 났던 것과 대비된다. 2001년에는 7월14일부터 이틀 동안 310㎜의 폭우가 쏟아져 40명이 숨지고, 주택 9만375채가 침수되는 등 584억원의 재산손실을 입었다. 98년 8월7일부터 이틀간 378㎜가 내려 19명이 숨지고, 514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서울시는 이번에 신속하게 수방시설을 가동해 물난리를 최소화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 피해가 커질 것을 예측하고, 비가 쏟아지자마자 서울 시내 100여개 빗물펌프장을 일제히 가동한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총 111곳의 빗물펌프장 가운데 9일에는 102곳, 14일에는 107곳을 운영했다. 특히 평상시보다 배 이상 인력을 투입, 3000∼6000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수해 방지에 주력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하천 제방을 미리 보강하고, 하수관로 750곳을 정비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물관리국 하천관리과 박용철 팀장은 “예년에는 비가 와도 100㎜ 미만이어서 펌프장 가동률이 50∼60%였는데 이번에는 시민 안전을 우선해 가동률을 대폭 올렸다”며 “빗물펌프장을 빨리, 또 대량으로 가동해 침수되는 지역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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