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방송결산] ‘패떴’ ‘1박2일’을 통해 본 리얼 버라이어티의 ‘명암’

[상반기 방송결산] ‘패떴’ ‘1박2일’을 통해 본 리얼 버라이어티의 ‘명암’

기사승인 2009-07-16 16:00: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7월에는 2009년 상반기를 장식한 가요, 영화, 방송, 드라마 등 각 분야를 살펴본다. 지난번에는 2009년 상반기 가요, 영화계를 결산했다. 이번 주에는 방송가를 정리해본다.

방송 예능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강세가 지속됐다. 버라이어티의 붐을 몰고 온 주인공이자 버라이어티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과 SBS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를 중심으로 상반기를 짚어본다.

◇‘패떴’과 ‘1박2일’ 웃으며 즐거운 주말

2009년 상반기, 열 명 중 두 명의 시청자는 ‘패떴’과 함께 ‘1박2일’ 웃으며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시청자를 즐겁게 해줬다는 점은 같지만, 웃음을 주는 방식은 달랐다.

‘1박2일’은 고정된 포맷의 식상함을 보완하기 위해 문제 해결 방식을 택했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정당한 승부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안, 멤버들의 경쟁심과 협동심을 동시에 유발시킨다. 어리보기 여섯 멤버의 황당한 모습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패떴’은 ‘1박2일’보다 7개월 정도 늦게 시작했지만 출연진의 캐릭터가 색깔이 잡히면서 인기 버라이어티로 급상승했다. ‘국민 남매’ 유재석-이효리, ‘달콤 살벌’ 박예진, ‘천데렐라’ 이천희, ‘계모’ 김수로 등으로 힘을 얻더니, 지난해 연말부터 합류한 김종국이 빅뱅의 대성과 ‘실눈 브라더스’를 형성하며 인기 탄력을 이어갔다.



‘1박2일’과 ‘패떴’이 형식적으로 가장 크게 구별되는 것은 게스트 출연 여부다. ‘패떴’은 격주에 걸쳐 톱스타들이 출연한다. ‘패떴’의 인기와 명성을 방증하듯 대형 스타들이 다녀갔다. 올해 상반기 동안 ‘패떴’을 거쳐 간 스타로는 추성훈 이종격투기 선수, 배우 다니엘 헤니 이준기 이범수 황정민 차승원 송창의, 방송인 김원희, 가수 손담비 소녀시대 윤아 빅뱅 탑 등이다.

이들 중 일부는 드라마 및 영화 출연 홍보의 일환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타들은 시골에 놀러 온 듯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패떴’ 멤버들처럼 밥을 짓고, 생선을 잡고, 야채를 수확하러 가는 등 수수하고 털털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컸다.

‘패떴’과 달리 ‘1박2일’은 여섯 멤버들의 출연을 고집했다. 그러던 중 연말과 연초에 걸쳐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 콘셉트를 기획,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박찬호를 초대했다. 15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 온 특급 스타 박찬호의 출연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거액의 연봉을 받은 스타 선수와 달리 소탈하고 순수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박찬호 후폭풍으로 인해 ‘1박2일’도 ‘패떴’처럼 게스트 초청 형식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지만, 제작진은 “박찬호 외에 다른 게스트를 생각한 적이 없다”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게스트를 자주 등장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제작진 말대로 박찬호 이후로는 특급 스타의 출연이 없었다. 다만, 방향을 바꿔 신선한 코너로 활로를 찾았다. 지난 2월15일, 22일 전파를 탄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이 그것이다. 제작진은 홈페이지를 통해 3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연을 받았으며, 이 중 여섯 팀 80여 명을 엄선해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소녀시대 ‘Gee’로 폭발적 인기를 모은 국악고등학교, 꿀밤 때리기로 화제를 모은 한국체육대학교 여학생들까지 각양각색 사연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코너는 ‘같이 가자 친구야~’였다. 일반인 및 연예인 친구들이 ‘1박2일’ 멤버들과 함께 지내면서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었던 폭탄 발언을 터뜨리며 재미를 더했다. ‘패떴’이 화려한 스타들로 압도했다면, ‘1박2일’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코너로 소박한 웃음을 선사했다.



◇대본․욕설․왕따 논란…리얼 버라이어티 위기?

‘패떴’과 ‘1박2일’이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성장했지만, 늘 호재만 따른 것은 아니었다. 대본 및 욕설 논란으로 되게 홍역을 치렀다. 사랑이 큰 만큼 따가운 질책이 잇따랐다.

우선 ‘패떴’은 월간 방송문예 2008년 12월호를 통해 대본이 공개돼 문제가 됐다. 출연진의 대사를 비롯해 리액션까지 상세히 적혀 있어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심한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대본 없이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다수의 리얼 버라이어티는 초반 캐릭터 및 색깔을 잡기 위해 작가 및 연출자들이 만든 대본 및 구성 아래 출연진이 움직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떴’이 구설수에 오른 것은, 먼저 많은 사랑을 보낸 만큼 시청자가 느끼는 배신감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또 출연진이 주고받는 대사와 미세한 행동까지 설정돼 있어 ‘작위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마치 날 것 인양 ‘리얼’을 강조한 과장된 홍보도 자충수가 됐다. 제작진이 나서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는 신비감을 빼앗긴 터라 시청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쉽지 않았다.

‘패떴’의 대본 논란으로 타 프로그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케이블 채널 코미디 TV ‘애완남 키우기-나는 펫’(이하 ‘나는 펫’)이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나는 펫’은 애완남이 여자 주인
집에 얹혀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한 출연자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화면에 비춰지는 모습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발언이 대본 논란으로 번지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1박2일’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3월15일에는 강호동의 욕설 논란으로 문제가 됐다. 이에 제작진은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원본 영상을 올려 논란을 진화시켰다. 또 지난 5일에는 한 출연자가 고기 집에서 ‘육사시미’(‘사시미’는 생선회를 뜻하는 일본어로 ‘육회’가 맞는 표현)라는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편집으로 잘라내기는 커녕 자막으로 처리해 방송, 시청자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패떴’ 인기에 이어 지난해 10월 신설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골드 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도 예지원의 ‘왕따’ 논란과 장윤정의 ‘맞선남’ 항의 등으로 문제가 됐다. 특히 출연자 장윤정과 노홍철이 연인 사이임을 밝히자 축복을 받음과 동시에 논란의 소지가 됐다. 환상의 로맨스를 꿈꾸는 ‘골드 미스’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만큼 연인이 있는 사람이 맞선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

이로 인해 현재 두 사람은 출연자에서 진행자로 위치를 변경, 관망자의 입장에서 출연진을 지켜보고 있다. 실제 연인의 미묘한 애정이 시청률 상승에 영향을 주겠으나, 넓은 시각에서 봤을 땐 ‘리얼 버라이어티’의 현실감을 침범할 여지가 있다. 향후 두 사람은 중간자 입장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멤버들에게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프로그램의 재미 유지를 위해 열애 사실을 밝히기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버라이어티의 홍역은 어찌 보면 예정돼 있다. ‘말’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만큼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KBS2 TV ‘상상 더하기’는 지난해 12월 반말과 비속어 사용 등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조치를 받은데 이어 지난 1월20일 신정환이 방송 도중 이수근에게 내뱉은 욕설이 여과 없이 방송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5월9일부터 2주 동안 지상파 3사 8개 심야 오락프로그램을 중점 심의한 결과, 김구라 윤종신 최양락 순으로 ‘막말’ 진행자가 집계됐다. 반면 바른말을 쓴 예능 스타로 김제동 유재석 박미선이 선정됐다.

◇그럼에도 버라이어티는 계속된다

2009년 상반기, 리얼 버라이어티의 세계는 다사다난했으나 ‘패떴’과 ‘1박2일’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전자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먼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가 새롭게 단장됐다. 가상 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실제 커플인 SG워너비의 김용준, 슈가 출신 탤런트 황정음을 투입했다. 초반 실제 커플의 ‘가상 결혼기’라는 점에서 다소 위험 소지가 있었지만 우려를 극복하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KBS ‘해피선데이’는 ‘불후의 명곡’ 후속으로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라는 콘셉트로 ‘남자의 자격’이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매주 한 콘셉트를 정해 실제 체험하는 이야기를 다룬 코너로 리얼 버라이어티 인기를 등에 업고 서서히 입소문이 나고 있다.

KBS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천하무적 토요일’도 리얼 버라이어티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의 ‘야’자도 모르는 초보 선수들이 점차 규모와 실력을 갖춘 실력파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매회 훈련 및 경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방송인 이휘재와 아역 배우 왕석현의 성장 일기를 다룬 ‘삼촌이 생겼어요’도 고정 시청자 층이 생기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장점으로 꼽힌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강자인 ‘1박2일’과 ‘패떴’, 다크호스로 떠오른 ‘천하무적 토요일’의 경쟁 효과로 그 인기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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