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 없는 여·야…제헌절 아닌 죄(罪)헌절

타협 없는 여·야…제헌절 아닌 죄(罪)헌절

기사승인 2009-07-17 20:40:00


[쿠키 정치] 제61주년 제헌절을 맞은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앞 중앙홀에서는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울려퍼졌다. 금난새 씨의 지휘와 장유진 양의 바이올린 연주가 어우러졌다. 국회가 제헌절을 맞아 하모니를 이루자는 취지로 특별히 마련한 음악회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여야간 타협은 이날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제헌절이 아닌 죄(罪)헌절을 보냈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전 10시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기념식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정·관계 주요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 자체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 시간에 운명적으로 '농성당번'으로 뽑혀 본회의장을 지켜야 하는 여야 초선의원 4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한나라당 이학재 원희목, 민주당 박은수홍영표 의원은 서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가만히 행사 소리를 듣고 있자니 국회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성이 밀려왔다"며 "농성인원이 40명에서 4명으로 줄었으니 미디어법도 잘 협의해 보자는 말도 오갔다"고 전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제헌절을 축하할 자격이 있는지 자괴심이 차오른다"면서 기념식에 불참했다.

양당은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열어 미디어법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하루 종일 설전을 펼쳤다. 특히 한나라당은 "더 이상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집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민주당에 사실상 최후 통첩을 보냈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문방위 차원의 토론은 더 이상 어렵다"면서 "야당 간사들과 접촉을 통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국회를 한나라당 일당 독재식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일부 의원들은 혹시나 상대방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할까봐 본회의장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국회가 제헌절에도 낯부끄러운 파행을 보이자 국민들은 국회 홈페이지 등을 찾아 "차라리 아프리카 의원들을 수입하자" "쟁점법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하자"고 의원들의 행태를 집중 성토했다. 정치권 안팎의 비난여론이 드높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오후 한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 제헌절 경축행사를 위해 한시적으로 취했던 본회의장 일시 휴전 조치를 전국적인 호우 피해 상황을 고려, 18일 오전 10시까지로 하루 더 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신 양당은 양쪽 부대표단 3명씩, 6명을 보초로 본회의장에 남겨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강주화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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