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KT 노조가 17일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인천지하철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등의 탈퇴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는 민주노총은 조직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KT 노조는 이날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조합원 95%의 찬성으로 탈퇴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총 조합원 2만8434명 중 2만7018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2만5647명, 반대 1221명으로 집계됐다. KT 노조 측은 "민주노총의 과도한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 조합원들이 탈퇴를 결정했다"며 "앞으로 KT그룹 노조 및 전체 통신 노동자들을 위한 새로운 노동운동 모델을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KT의 자회사 KT데이터시스템 노조도 총회를 열어 조합원 150여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이번 KT 노조의 탈퇴는 1995년 민주노총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특히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IT연맹은 사실상 와해되는 분위기다. IT연맹은 오는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KT 노조는 "민주노총은 지나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 싸움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KT 노조는 적지 않은 피해와 멸시를 받아왔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KT 노조는 당분간 한국노총이나 제3의 노총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독자적인 노동운동을 하면서 전체 IT 노동자들과 연대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은 어렵겠지만 통신 노동자들을 묶어 연합체를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KT 사측의 투표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승철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측이 투표에 개입했다면 민주노총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불매운동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노조는 "민주노총이 어제의 동지를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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