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판사들은 휴정기를 이용해 3∼4일 정도 휴가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박연차 게이트’ 관련 재판 7건을 심리하며 법원을 뜨겁게 달궜던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마저 후속 공판일정을 휴정기 이후로 미룬 뒤 ‘망중한(忙中閑)’을 보내고 있다. 부장판사를 포함한 재판부 소속 판사 3명은 겹치지 않도록 휴가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짧은 휴가를 보낸 판사들은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다시 사건 기록에 파묻혀야 한다. 합의부에는 매달 20건 남짓 사건이 접수되기 때문에 밀려드는 사건을 그때그때 처리해야 재판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일부 선고공판이 잡혀 있는 재판부를 빼면 대부분이 재판 일정을 잡지 않았다. 재판은 열리지 않지만 판사들은 대부분 ‘깡치 사건(해묵은 사건을 이르는 법원 은어)’에 매달린다.
3명이 배치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들은 휴정기에 오히려 더 바쁘다. 1명씩 번갈아가며 휴가를 보내기 때문에 평소 업무량보다 30% 이상이 늘어나는 셈이다. 휴정기와 상관없이 매일 열리는 즉결심판의 담당판사들도 한가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서울가정법원 협의이혼 전담판사들도 여유를 즐길 틈이 없다. 사시사철 밀려드는 이혼 신청이 휴정기라고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3개월 동안 숙려기간을 채운 평균 30건 정도의 협의이혼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 방학 중 재판을 받기를 원하는 청소년 피의자들을 고려해 소년 사건의 재판이 진행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사건에 매달려 휴정기를 보내고 있지만 “집까지 사건기록을 가져가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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