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매각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14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최대 쟁점은 BW의 적정가치를 얼마로 산정하느냐다. 재판부의 산정 기준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유·무죄 여부가 갈리게 된다.
이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에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배임) 위반 혐의로 징역 6년, 벌금 3000억원을 구형받았다. 조준웅 특검은 "행정법원 소송에서 인정된 가격과 당시 비상장주식의 장외시장 실거래가격 등으로 산정한 BW 가격은 주당 5만5000원"이라며 "이에 따라 회사의 손해액은 1539억원이 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 기준인 50억원을 훨씬 넘는다"고 주장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에게 BW를 헐값인 주당 7150원에 팔아넘겨 적정가치와 판매가격의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BW의 적정가치를 주당 9192원으로 산정, 배임액 규모는 44억원이라고 말했다. 특검측의 적정가격인 5만5000원이 "소수 거래자들에 의해 조작된 가격"이라는 삼성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배임액 규모가 50억원 미만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형법상 배임죄의 공소시효(7년)를 적용해 면소(免訴) 판결을 내렸다. 1998년에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검팀이 2007년에 기소했기 때문이다. 이어 항소심은 "경영자가 신주 등을 발행하는데 적정가격보다 낮게 정해 출자금이 적게 납입됐더라도 회사 손익과는 무관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5월 '배임액을 산정하지 않은 채 무죄 판결한 항소심의 판단은 틀렸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BW 행사가격이 공정했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BW 가격산정을 통한 유·무죄 여부는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창석)로 넘어갔다.
항소심 판결에서 유죄가 내려졌던 조세포탈 부분에 대해서 어느 정도 형량이 선고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이 삼성SDS 사건의 원심을 파기함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형량이 다시 정해져야 한다며 이 역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원심에선 이 전 회장의 조세 포탈 부분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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