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400만 인터뷰②…김흥수 코치 “열악하지만 불쌍한 팀 아니다”

<국가대표> 400만 인터뷰②…김흥수 코치 “열악하지만 불쌍한 팀 아니다”

기사승인 2009-08-17 11:39:01

"[쿠키 연예] 영화 <국가대표>가 개봉 3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전국 관객 400만을 넘어섰다. 개봉 시점보다 되레 개봉관 수를 늘려가며 흥행에 가속도를 붙이는 형국이 마치 <왕의 남자> 같다.

더구나 관객 1000만을 향해 가는 ‘무서운 쓰나미’ <해운대>를 2위로 돌리고 차지한 정상이다. 개봉 초반 상대적으로 적었던 스크린 수가 <국가대표>가 수위를 차지하지 못한 이유라고 항변하듯 개봉관 수가 677 대 640으로 역전되자마자, 광복절이 낀 주말 <해운대>를 91만 대 86만 명(이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스크린가입율 98%)으로 제쳤다. 완전히 앞서간 것은 아니다, 한 주간(8.10~16) 박스오피스에서는 158만 대 154만으로 <해운대>가 아직 선두다.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 주역 두 사람을 인터뷰했다. 명실상부한 원톱 주연으로 스크린 안팎에서 영화를 책임감 있게 이끈 배우 하정우, 굳어있는 배우들의 몸에 스키점프를 가르치고 영화 속에서는 Bob(밥·하정우 분)의 대역을 했던 코치 김흥수다. 두 사람의 밥, 하정우 배우는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김흥수 코치는 썸머 그랑프리 월드컵 대회 관계로 독일에 있는지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국가대표> 촬영 제안 받고 흔들렸다

김 코치는 <국가대표> 촬영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비인기 종목에 대해 관심을 가져준다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왔다. 2003년 이탈리아 타르비시오 동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면서 영화로 제작하자는 제안이 잇따랐지만 번번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역시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또 다시 스키점프 대표선수들이 기대와 실망을 오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적잖이 걱정됐다.

“그동안 영화 촬영을 시작한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여건이 맞지 않아 중단하기를 반복했어요. <국가대표> 역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됐죠. 그런데 촬영 첫날 모든 염려가 씻긴 듯 사라졌습니다.
8500㎥ 인공 스키 점프대에 시속 100㎞ 활강을 찍을 수 있는 캠캣(CamCat) 초고속 카메라까지, 스키점프의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놓으셨더라고요. 이런 환경이라면 끝까지 촬영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대표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활강 제외하고 배우들이 직접 연기…“믿고 따라줘 고맙다”

<국가대표>에는 하정우, 김동욱, 김지석, 최재환 등 주연배우들이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스키 점프하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잘 드러났다는 이야기다. 배우들의 액션연기,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후반 작업 등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느 부분을 각색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온다. 김 코치는 활강하는 모습을 제외하고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고 밝혔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실황도 일부 삽입됐다. 또 현 국가대표 선수인 15년차 최흥철 선수와 9년차 강칠구 선수의 이름도 그대로 사용됐다. 하지만 최 선수가 유흥업소 웨이터라든지, 강 선수가 소년 가장이라는 것은 각색된 것이다.

“선수들이 활강하는 모습을 제외하고는 전부 배우들이 구슬땀을 흘린 결과입니다. 스키를 잡는 법부터 시작해서 의상 착용하는 방법, 팔의 각도 등 스키점프에 필요한 모든 행동을 가르쳤습니다. 물론 나무에 매달리거나 자동차 지붕 위에 올라가는 장면 등은 극대화시키기 위해 과장한 거고요.”

하정우 덕분에 지옥훈련 무사히 마쳐

김 코치는 활강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배우들이 소화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옥 훈련’ 방식을 택했다.

“촬영 3개월 전부터 국가대표 스키선수들이 소화해내는 운동량과 동일한 강도로 배우들을 훈련시켰습니다. 사실감 넘치는 화면도 중요하나, 촬영 당시 어디까지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발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수들을 적용해 배우들이 직접 행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었습니다.”

웬만한 선수들도 해내기 어렵다는 ‘지옥 훈련’을 배우들이 별 탈 없이 소화해낼 수 있었던 것은 하정우의 힘이 컸단다. 하정우는 김 코치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문에 “네 알겠습니다, 코치님”이라고 깍듯하게 말하며 솔선수범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후배 배우들도 김 코치를 신뢰하고 따르게 됐다.

“배우들을 처음 봤을 때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고 감독의 큐 사인이 떨어지니까 눈빛부터 바뀌면서 실제 선수들처럼 연기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와, 진짜 배우다’ 감탄을 했습니다. 힘든 훈련에 지쳤을 법도 한데 믿고 따라와 준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입니다.”



“사람들의 관심 하나 하나가 소중합니다”

김 코치는 완성된 화면을 보고 가슴 벅찬 환희와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실제 선수들의 활강 장면과 배우들의 드라마틱한 연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정이 끓어올랐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이번 영화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극중 모습처럼 스키점프 선수들은 열약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정적 지원이 부족해 1년에 360만원으로 버틴 적도 있죠. 당연히 아르바이트는 필수고요. 이번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키 점프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게 연습하는 팀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면 만족해요. 그런데 한 가지 꼭 알아주셨으면 하는 것은 우리를 불쌍한 팀으로 여기진 말아달라는 겁니다. 우리 팀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이렇게 즐겁게 훈련하는 팀은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다들 즐기는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응원해주세요.”

김 코치 이하 선수들은 요즘 인터넷을 달고 산다고 털어놨다. 스키점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궁금해서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스키 점프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잠깐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이런 관심 하나 하나도 정말 소중합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마지막으로 감독님, 배우 분들, 영화사 직원들, 스태프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국 관객 500만 들면 고기 파티하기로 했는데,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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