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후보군을 압축하면 2∼3일내로 대법원장의 제청이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문위원회가 추천한 후보군 4명이 지난 10일 발표된 지 열흘 넘게 지났는데도 아직 이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지난주 후반쯤 이용훈 대법원장이 후임 대법관 후보 중 한 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대법원은 지연 이유에 대해 청와대의 인사 검증 작업이 철저히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등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후보군에 대한 강도 높은 인사 검증을 직접 진행하면서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후보군에 포함된 인사들은 대부분 법조계 고위인사들 중 상대적으로 적은 10억원 안팎의 재산을 갖고 있어 1차 관문으로 여겨지는 재산 문턱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이다. 후임 대법관 후보는 권오곤 국제 유고전범재판소 부소장과 민일영 청주법원장, 정갑주 전주법원장, 이진성 법원행정처 차장 등 4명이다.
후임 대법관은 김 대법관의 임기가 끝나는 9월11일 이전에 임명돼야 한다. 그 사이에 국회의 인사청문회까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국장으로 이번 주말 제청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빨라야 다음주 초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인사청문회 등 남아있는 대법관 임명 절차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1일 “인사검증 절차는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만큼 곧 제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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