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안기부는 송씨 일가가 월북했다가 공작원 교육을 받고 남파된 송씨 부친에게 포섭돼 25년 동안 암약했다며 일가족 29명을 간첩죄로 기소했다. 최장 116일 동안 외부와 완전히 단절한 채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결과였다.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이 진술의 신빙성 등을 지적하며 2차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는 등 7차례 재판을 거쳤지만 1984년 11월 피고인 12명은 징역 7년6개월∼1년형을 확정받았다.
국정원 과거사위는 2007년 10월 “안기부가 대법관 인사 등을 대가로 재판 과정에 개입했고 법원이 이에 적극 협력했다”고 밝혔다. 재심을 신청해 열린 8번째 재판에서야 피고인들의 무죄가 밝혀졌다. 천신만고 끝에 받아낸 무죄였지만 피고인들은 모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돼 있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를 내리며 “월북자 가족의 숙명이라고 하기엔 고통이 너무 컸다”며 “이번 판결이 위로가 돼 조국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양심에 따라 판결하지 못했던 선배 재판부를 대신해 위로의 말을 전한 것이다. 판사들이 법관 출입문으로 빠져나가자 가족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이러고 끝이야? 이게 다야?”라고 소리치며 27년 동안 맺힌 절규를 토해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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