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은밀한 유혹 ‘자기야~’…폭로도 성적농담도 확실히 ‘19禁’

SBS의 은밀한 유혹 ‘자기야~’…폭로도 성적농담도 확실히 ‘19禁’

기사승인 2009-09-11 18:08: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스타의 자녀, 스타 부부의 사생활 등을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오락 프로그램으로 상품화하는 경향에 대해 짚어본다. 지난주에는 스타와 그의 자녀가 함께 출연하는 SBS 토크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이하 ‘붕어빵’)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주에는 연예인 커플이 출연하는 SBS 심야 토크쇼 ‘스타 부부쇼 자기야’(이하 ‘자기야’)를 살펴본다.

“목욕하는 아내에게 몰래 접근하면 (기분이 좋은지) 긍정적 비명을 지르더라고요.” 이 대목만 들으면 새벽 2~3시쯤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19세미만 관람불가 다큐멘터리 상황극이나 영화인가 싶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자기야’에서 나온 말이다. ‘부부가 함께 하는 목욕은 10점 만점에 몇 점?’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가수 원투가 이렇게 답했다.

‘자기야’는 스타 커플들이 부부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로 30~60대를 공략한 프로그램이다. 타깃 시청층이 특성상 농도 짙은 이야기가 곧잘 오간다. 잉꼬부부라고 소문난 이들도 서로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느라 여념이 없으며 신혼부부의 애정 발언은 거침없다. 갈수록 대담해지는 ‘자기야’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해 들여다봤다.

‘자기야’는 ‘세바퀴’의 아류작?

지난 6월19일 첫 항해를 시작한 ‘자기야’는 MBC 퀴즈 프로그램 ‘세바퀴’의 인기 여파로 생겨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속 코너였던 ‘세바퀴’는 진행자 박미선을 비롯해 개그우먼 이경실 김지선, 탤런트 선우용여 임예진 등 30~60대 주부 스타들의 거침없는 입담이 인기를 모으자 토요일 밤 10시45분으로 독립 편성됐다. ‘아이돌 스타도 세바퀴에는 꼭 출연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화제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개별 아줌마들의 독한 플레이가 빛나는 ‘세바퀴’에 대적할 비결로 ‘자기야’는 스타 부부들의 사생활을 택했다. 부모의 숨겨진 사생활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스타의 자녀를 내세운 ‘붕어빵’으로 쏠쏠한 시청률 재미를 본 SBS가 다시 한 번 사생활 카드를 꺼낸 것은 어찌 보면 예고된 선택이다.

“어머~ 어쩜 나랑 똑같니”

‘자기야’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파죽지세 ‘자기야’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스타 부부의 생활사는 다큐멘터리, 코미디, 토크쇼 등 장르를 막론하고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기사화되지 않은 신선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시청자들로서는 스타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만큼 달콤한 유혹도 없다.

애청자들은 ‘자기야’의 인기 비결에 대해 솔직함, 공감, 배울 점 등을 꼽았다.

서울 합정동에 사는 시청자 윤 씨(30)는 “일반 토크쇼에서는 부부생활에 대해 어느 정도 감추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야’는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놔 통쾌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남자와 여자의 근본적 차이점을 부부들의 대화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며 “스타 부부들이 다툴 때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자 김 씨(30 서울 공릉동)는 “신혼이라서 그런지 남편과 사소한 걸로 부딪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스타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편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서 ‘자기야’를 통해 실생활적으로 얻는 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부부의 사생활이 ‘양날의 검’과 같다는데 있다. 솔직해지면 질수록 시청률은 어느 정도 상승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선정적으로 변질될 위험도 높아진다. ‘자기야’의 아슬아슬한 이야기 줄다리기가 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잉꼬부부 너 마저도…폭로전으로 번지는 토크쇼

스타 부부의 토크쇼, 사생활 공개의 수위와 방향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점이 인기의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출연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일단 톱스타 커플들은 출연을 고사하는 경향을 띈다. 굳이 방송의 재미를 위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 이미지를 깎아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자기야’ 출연은 사생활 공개에 크게 개의치 않는 캐릭터의 스타들이나 예전에 활약했던 중견 스타들의 몫이 됐다. 또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이름을 크게 알리지 못한 방송인들도 주요 출연진이다.

튀어야 편집을 피해 전파를 타고 ‘고정 (출연자)’도 되는 방송가이기에 이들의 폭로전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기야’에는 매주 5쌍 정도 출연하는데, 한 커플이 긴 대화를 나눌 경우 10분 이상 길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인상적 멘트를 날리지 못하면 웃는 얼굴만 방송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들보다 공격적이고 강렬한 이야기를 내놓기 위해 앞을 다툰다. 물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서로의 약점을 폭로하는 성향이 짙다.

주제도 자극적이다. 그동안 방송된 주제를 살펴보면 ‘넌 너무 변했어’(1회 6월19일 방송), ‘남편 얼굴 지적하기’(3회 7월3일 방송), ‘OO이랑 살지, 왜 나랑 결혼했어?’(4회 7월10일 방송), ‘죽어도 사랑할 수 없는 당신의 OOO!’(6회, 7월24일), ‘OO한 당신, 그래서 결혼했는데….’(8회 8월7일 방송), ‘OO할 때 각방 쓰고 싶다!’(9회 8월14일) 등 폭탄발언을 유도하는 질문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대구 대신동에 사는 한 시청자(30)는 잉꼬부부들의 폭로전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김종진과 이승신 커플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결혼한 터라 아껴주고 사랑하는 모습이 누구보다 예뻤다”면서 “그러나 콘셉트인지 모르겠지만 ‘자기야’에서 서로를 헐뜯는 모습은 시청하기에 불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은밀한 이야기 해드릴게요~

부부들의 사생활을 다루기에 ‘자기야’는 선정성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승신이 남편 김종진을 향해 “내 남편은 엉덩이가 크다. 탐스러운 엉덩이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본, 혜은이는 남편 김동현의 무릎에 앉아 모닝 키스를 한다고 털어놓는다.

이외에도 ‘뜨거운 것이 좋아! 이런 애정표현 싫다!’(2회 6월26일 방송), ‘애교는 남편을 춤추게 한다’ ‘그녀들은 남편을 녹이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4회 7월10일 방송), ‘부부가 함께하는 목욕은 10점 만점에 몇 점?’, ‘남편의 달콤한 모닝키스는 10점 만점 몇 점?’(11회 8월28일 방송), ‘남편 엉덩이 자랑’(12회 9월4일 방송) 등 제작진이 정한 주제들도 선정적이다.



‘자기야’ 선정성, 왜 그럴까?

‘자기야’는 점점 야해지고 폭로전으로 번지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은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사생활을 팔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 소비층이 중년에서 청년으로 옮겨가면서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중가수가 밥벌이하는 시대가 됐죠. 따라서 중년 연예인 층은 방송가에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좁아졌고, 진출이 용이한 버라이어티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겁니다. 중년층은 여느 아이돌 멤버처럼 노래를 부를 수 없기에 사생활을 하나 둘씩 공개하기 시작했고요, 이를 부각시키는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폭로전이 치열해졌습니다.”

이 평론가는 선정적 발언을 이끌어내는 제작진에게도 문제가 있음을 덧붙였다.

“예전에 국내 버라이어티는 일본 프로그램을 베끼는 게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표절 시비가 강해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한국형 버라이어티를 만들게 됐습니다. 급조로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기획력과 참신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요. 제작진은 그 탈출구로 출연자의 대화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또 다른 프로그램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선정적 발언을 유도하는 쪽으로 몰고 가게 되기도 했고요.”

지상파TV, 케이블 선정코드 ‘재탕’ 말아야

이 평론가는 ‘자기야’를 비롯해 스타의 사생활을 상품화하는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참신한 프로그램 개발과 진행자 및 출연자의 캐릭터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하자면, 토크쇼에서 사생활을 묻지 않아요. 일본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보여주기 싫은 프로그램으로 사생활을 폭로하는 것들을 꼽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인들은 자신만의 캐릭터로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을 택하죠. 캐릭터가 재미의 원천이 되면 사생활을 파는 프로그램이 현저히 줄어들겠지만 단기간에 변하긴 어려운 법이죠. 어렵다 해도, 10~20대 젊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기획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 출연자나 진행자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시청자에게 감동과 웃음을 줘야 하고요.”

지상파TV의 가야할 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즘 공영방송을 보면 케이블TV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케이블 채널이 개국 초기에 주로 썼던 ‘선정 코드’를 지상파 방송에서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섭외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모든 국민이 즐겁게 시청할 수 있는 건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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