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법정 공방=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을 부패전담 합의재판부 2곳에 나눠 배당했다. 한 재판부가 맡기에는 업무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14일 현재 모두 58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피고인 중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정상문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이미 1심 선고까지 마쳤다.
두 재판부가 번갈아가며 거의 매일 사건 심리에 매달리다 보니 웃지 못할 촌극도 연출됐다. 정 전 비서관의 결심 공판에선 검사가 예전에 재판부에 제출했던 증거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 재판장은 ‘어디서 본 듯하다’면서도 증거자료로 채택한 지 한참이 지나서야 이미 받았던 자료임을 확인했다. 당시 검사는 정 전 비서관에게 상품권(9400만원 상당)을 빼놓고 추징금 15억5000만원을 구형했다가 나중에 16억4400만원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 공판에선 이른바 ‘운동화 지급 명단’이라는 조어가 회자됐다. 박 전 회장은 후원금 지급 대상자를 운동화 지급 명단이라고 부르면서 1000만원을 운동화 1켤레라고 불렀다는 증언이 나왔다.
◇상대 진술을 깨라, 이색풍경=돈을 줬다는 쪽도 받지 않았다는 쪽도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상대 진술을 깨뜨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지난달 11일 열린 민주당 이광재 의원 공판에서 검찰은 3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영월의 인터넷 경로검색 자료를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이 의원과 하루종일 동행했지만 돈을 받은 것을 보지 못했다는 이 의원 측 증인 진술을 흔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당시가 일요일 오전이었기 때문에 서울∼영월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전 회장은 법정에서 한나라당 박진 의원에게 돈을 주는 모습을 재연하며 2만달러가 들어있는 봉투를 상의 안주머니에 집어넣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과 박 의원 측은 눈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현역 의원들은 9월 말∼10월 선고=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오는 23일,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25일 선고를 받는다. 봉하마을 자원봉사 의지를 밝힌 이 의원은 징역 2년을 구형받았고, 김 의원 역시 벌금 300만원을 구형받았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아직 선고기일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24일과 21일에 각각 검찰 구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다음달 중 선고가 예상된다. 다만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지금까지 불과 3차례 심리가 열리는 등 재판이 지연돼 앞으로 2개월 이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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