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정부에 반대할 수 없었지…” 폭파된 밤섬 옛 주민들의 귀향

“그때는 정부에 반대할 수 없었지…” 폭파된 밤섬 옛 주민들의 귀향

기사승인 2009-09-17 20:59:01
[쿠키 사회] 41년 전 여의도 개발계획으로 섬이 폭파돼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밤섬 옛 주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고향을 찾는다.

17일 서울 마포구에 따르면 밤섬 실향민 130여명은 19일 오전 한강 시민공원 망원지구 선착장에 모여 바지선을 타고 밤섬을 방문한다. 주민들은 오후 3시까지 섬을 둘러보며 이야기꽃을 피울 예정이다. 밤섬은 일반인 출입이 통제돼 있어 서울시의 허가를 얻어야 들어갈 수 있다.

밤섬 귀향은 4년만이다. 2002년 행사가 시작돼 2003년부터 격년제로 실시하다 2007년에는 한강물이 범람하는 바람에 고향을 찾지 못했다.

고향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는데도 주민들이 계속 밤섬을 찾는 이유는 당시 정부의 도시개발계획에 떼밀려 어쩔 수 없이 삶의 터전을 등져야 했던 애틋함 때문이다. 유덕유(74)씨는 “그때는 정부 결정에 반대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할 수 없이 섬을 떠났지만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심 속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밤섬은 500여년 전 배 만드는 기술자들이 처음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1968년 섬이 폭파되면서 5만8000㎡에 달하던 땅이 대부분 사라졌다. 당시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은 창천동 등지로 이주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모임을 가져왔다. 섬이라는 공간 특성상 이웃끼리의 정이 돈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음력 1월2일에는 오랜 전통에 따라 창천동 와우산 기슭에 모여 제를 지내는 등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간직해왔다.

유씨는 “부유한 곳은 아니었지만 정말로 살기 좋았던 곳이었다”며 “4년 만에 가는 귀향에 몹시 설렌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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