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결’, 가상 결혼생활에 비친 스타의 연애체험 엿보기

MBC ‘우결’, 가상 결혼생활에 비친 스타의 연애체험 엿보기

기사승인 2009-09-18 20:25:01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스타의 자녀, 스타 부부의 사생활 등을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오락 프로그램으로 상품화하는 경향에 대해 짚어본다. 지난주에는 스타와 그의 자녀가 함께 출연하는 SBS 토크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연예인 커플이 출연하는 SBS 심야 토크쇼 ‘스타 부부쇼 자기야’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주에는 가상 결혼생활을 담은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를 살펴본다.

“스타의 은밀한 연애담 알수록 재밌어~”

“A랑 B, 진짜 사귀나봐. 며칠 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서 둘이 팔짱끼고 걷는 사진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쫙 돌더라고.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찍어서 올렸더라.”

“어머 정말? 열애설 났을 때에는 절대 아니라고 잡아떼더니 딱 걸렸네.”

연예인의 열애설은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장 큰 호기심을 보이는 분야는 ‘스타의 사생활’일 것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열애’이다.

특히 연예인에 대한 은밀한 연애담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빠져들 정도로 매혹적이다.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어도 지치지 않을 만큼 흥미롭다. 대중은 스타 혹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거대한 장막에 둘러싸인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스타의 열애설이 기사로 터지면, 하루 종일 온‧오프라인을 달군다. 그것이 설령 오보라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평범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낀 현대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청량제가 되기 때문이다.

‘가상’에서 펼쳐지는 ‘결혼생활’의 장점

일부 대중은 스타 커플들이 어디에서 만나는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무슨 카페에 가는지 등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하다. 그러나 방송 및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되는 파파라치 자료들을 통해 스타의 데이트 현장, 결혼생활 등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상상하며 호기심을 채울 수밖에 없다.

스타의 열애 현장을 생생하게 엿보고 싶지만, KBS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MBC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 일반적 짝짓기 프로그램이 이를 담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성에게 호감을 보이거나 호감을 얻기 위해 하는 행위들이 ‘진짜’라는 전제 하에 진행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커플에게서 설레는 감정 이상의 연애 행태가 연출되기는 어렵다.

첫 만남 이후의 연애 과정, 이성에 대한 자연스런 감정 표현을 카메라 앵글 안에 담아내려는 묘안에서 ‘우결’이 나왔다. 그런데 왜 ‘우리 사귀어요’가 아니라 ‘결혼’까지 갔을까. 보수적 한국 사회에서 가상 이성교제라는 설정은 출연자들에게 스스럼없는 ‘표현의 자유’를 가능하게 할 수 없다. 진짜 현실이 아닌 가상인 만큼 적어도 결혼생활은 돼야 연애 비슷한 수준의 ‘리얼’이 담길 수 있다. 2008년 3월, 영리한 MBC는 경쟁 방송사에 앞서 리얼 연애기를 끌어낼 극약 처방으로 ‘가상 결혼’이라는 카드를 내놓는다.

가상 결혼의 효과는 꽤 강력했다. ‘우결’ 출연자들은 가상이나마 부부 관계,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방송의 원칙’ 아래 비교적 자연스럽게 손을 잡거나 포옹을 했으며 사랑을 고백했다. 스타를 ‘부부’라는 틀에 넣음으로써 기존의 짝짓기 프로그램에 시도되지 못했던 과감한 행동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우결’은 가상 부부생활을 통해 연예인들의 열애 모습을 일부분이나마 수면 위로 끌어낼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진짜 결혼생활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사실적 연애 행태로 비치는 감정싸움과 행동들, 포장되지 않은 스타의 진솔한 모습은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결’은 타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위협할 정도로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시청자 및 팬은 몰래 훔쳐보던 일종의 관음증적 행위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스타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아니 감히 우리 오빠(누나)의 신부(신랑)가 된다고?’ 제작진의 커플 배정에 앙심을 품었던 팬들도 프로그램의 재미에 빠져들었다. 볼 품 없는 몰골로 침대에서 일어나고, 남편 혹은 아내를 감동시키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고, 직접 밥을 짓는 모습은 기존의 어느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또 스타들의 가상 결혼은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을 줬다. 특히 알렉스는 로맨틱 가이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남성 기혼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불렸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열애 방식에 높은 호응을 보냈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다

무엇보다 ‘우결’의 묘미는 ‘정말 사귀는 게 아닐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 정도로, 현실과 가상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짜릿함’에 있다. 문제는 ‘가상’이라는 ‘마약’이 약효가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미션 결과가 뻔히 예상되면서 식상해져 갔다.

백약이 무효였다. 어떤 커플을 투입해도 반응이 미지근했다. 그래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07년부터 열애 중인 ‘진짜 연인’ 김용준(SG워너비)-황정음(슈가 출신 배우)을 출연시킨 것이다. ‘실제 커플’을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두 사람은 카메라가 도는 상황에서도 언성을 높이며 싸웠으며, 자연스레 키스나 포옹을 하는 등 ‘가상 부부’가 보여줄 수 없었던 영역까지 그 강도를 높여 나갔다.

양가 부모님이 ‘가상 결혼’을 앞두고 긴장하는 장면도 볼거리로 작용했다. 결혼이 단순히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집안의 입장이 포함된 거사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리얼리티를 보강한 것이다. 두 부모는 마치 자식을 실제로 결혼시키는 것처럼 좌불안석했으며, 방송 출연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도 심히 염려했다. 시청자들은 두 사람과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결’의 ‘리얼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다시 회복됐고, 김-황 커플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이즈음 MBC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속 코너였던 ‘우결’을 독립 프로그램으로 편성시킨다. 안타깝게도 김-황 커플의 리얼 효과가 영원하지는 못했다. 시청자들은 금세 질리고 새로운 것을 찾게 마련이다. 제작진은 걸스 그룹 대세의 시대 추이에 맞춰 유이(에프터 스쿨)를 박재정(배우)과 짝지어 새로이 투입했다. 일단 유이 투입의 약효는 커 보인다. 나날이 인터넷은 유이가 제목에 들어간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동시에 제작진의 이번 선택은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실제 커플과 가상 커플을 번갈아 봐야 하는 시청자, 어느 부분에서 즐거움의 묘미를 찾아야 할지 ‘웃음 포인트’를 잃고 방황을 시작했다.

결국은 스타도 시청자도 우롱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우결’은 어떤 덫에 걸린 것일까.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관규 교수는 쿠키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결’처럼 스타의 사랑을 소재로 만든 프로그램은 순간적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패턴화 되어 시청자가 금방 식상함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소재의 필연적 한계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사랑 이야기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어 매회 강도를 높여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며 “보다 더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공개하거나 강렬한 스킨십, 폭력, 범죄 등 자극적 코드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치닫게 된다”고 사생활 프로그램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실제로 ‘우결’은 리얼리티를 강화시킨다는 미명 하에 커플의 캐릭터를 바꿔가며 투입, 프로그램의 선정성을 높이고 있다.

김 교수는 ‘우결’의 문제점에 대해 사생활 침해의 반복과 제작진의 연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느 프로그램이 그렇겠지만 ‘우결’의 일부 시청자들도 TV만 보는 데에서만 끝나지 않아요. ‘우결’에 대한 평가를 시청자 게시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김으로써 악성 댓글을 생산하고, 출연자의 또 다른 생활을 캐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게 되죠. 사생활 공개가 또 다른 방식의 사생활 침범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제작진이 설정한 ‘미션’ 장치도 다소 위험합니다. ‘미션’이라는 미명 하에 출연자의 행동을 제어하고, 웃음 코드를 그들의 방식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즉 방송이 조작될 소지가 높아 시청자를 우롱할 수 있다는 거죠.”

시간·돈·품 투자가 있어야 명품이 나온다

스타의 열애 현장이 케이블 채널이 아닌 지상파TV에서 버젓이 성행하는 현상은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김 교수는 스타의 사생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배경에 대해 낮은 단가의 방송 제작비가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했다.

“제작비를 적게 투자해 품이 덜 드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문젭니다. 적은 수의 제작진들이 특별한 고민을 거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가벼운 것들을 주제로 삼는 거죠. 흥미 위주의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들은 결국 지상파TV를 떠날 수밖에 없고요. 따라서 질 좋은 프로그램 생산이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건전하면서도 튼튼한 구조를 갖춘 프로그램을 다시 참고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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