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바긴 제안 배경은… 핵개발 중지보단 폐기 직행

그랜드 바긴 제안 배경은… 핵개발 중지보단 폐기 직행

기사승인 2009-09-22 01:26:00
[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긴(Grand Bargain)’은 북한과 한국 미국 등 5개국이 북핵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보자는 제안이다. 변죽(북핵 개발 중지)만 울리지 말고, 핵심(북핵 폐기)으로 바로 들어가자는 것이다.

핵포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1일 “북핵 폐기와 대북지원을 동시에 가져가는 이른바 원샷딜(One Shot Deal)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0년간의 북핵협상에서 핵무기는 포기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지원은 얻으려는 태도를 취해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때문에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는 북핵폐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협상은 ‘위기-협상-합의-파기’라는 북핵 협상 공식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 중 ‘북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 폐기’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구상하는 ‘핵심 부분 폐기’는 미사용 핵연료봉 해외 방출, 지난 4월부터 재가동에 들어간 평안북도 영변 5Mw급 원자로 구성장치의 폐기 등의 시나리오가 포함돼 있다.

단순한 ‘핵개발 중지’가 아니라, ‘불가역적 딜(Irreversibe deal·돌이킬 수 없는 협상)’ 방안이다. 북한이 이러한 안을 내놓을 경우, 우리 정부도 5개국과 협의해 북한의 체제 안정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다른 핵심관계자는 “북한은 자신들이 가장 내놓기 싫어하는 핵폐기 문제를 내놓고,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 지원을 내놓고 협상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MB의 대북정책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 3000’ 정책에서 점차 발전적으로 변화해왔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부터 ‘북한이 핵을 폐기해야 지원한다’는 비핵개방 3000을 1년 이상 고수했고, 그 기간중 대북 경색국면이 계속됐다.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포괄적 패키지’라는 개념을 논의했다. ‘그랜드 바겐’과 마찬가지로 북핵폐기와 대북 지원을 한꺼번에 풀자는 아이디어였다.

이는 8·15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새로운 평화구상과 재정 인프라 등 대북 5대개발프로젝트’로 제시됐다. 이후 북한조문단 방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다자회담 참여 시사 발언 등으로 국제정세가 변화했고,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기간에 ‘그랜드 바겐’이라는 좀 더 진전된 제안을 내놓았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론이 대북 협상론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그랜드 바겐 개념은 아직 제안 수준에 불과하다. 북한이 핵포기를 수용할 지가 불확실하고, 우리 정부와 미국 등이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체제안정보장조치도 구체적이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패키지’라는 용어는 북한에 뭔가를 준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바겐’이라는 용어는 주고받는다는 개념이 강하다”며 “무엇을 주고받을 지는 5자회담 등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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