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판사 재판권 독립요구 수면 위로 떠오르나

소장 판사 재판권 독립요구 수면 위로 떠오르나

기사승인 2009-09-24 17:29:01
[쿠키 사회]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소장 판사들의 재판권 독립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28일로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 소장 판사들은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헌재의 결정이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재판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촛불 재판 과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7월 접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 11건 가운데 8건을 단독 재판부의 한 판사에게 집중 배당했다. 형사단독 판사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신 대법관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신 대법관은 10여명의 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형사재판 운영에 관한 속마음을 전달할 기회를 갖고 싶다. 모임과 논의사항은 대내외 비밀로 해달라”고 전했다.

3개월 뒤 안진걸 광우병대책위 조직팀장의 사건을 심리하던 형사 7단독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일부 판사들은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재판을 중단했다. 신 원장은 판사들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통상적인 절차와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며 재판 일정을 재촉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월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박 판사가 “현 정권의 방향과 내 생각이 달라서 공직에 있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장 판사들은 재판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진상조사를 거쳐 신 대법관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각급 법원의 소장 판사들은 단독판사 회의를 소집해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여갔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겹치며 소장 판사들의 집단 반발은 진정됐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박 판사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재판 일정을 미뤘던 소장판사들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반면 재판 일정을 재촉하며 빠른 결론을 요구했던 신 대법관은 다시 한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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