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예정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에서 소장 판사들은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방침이다. 헌재의 결정이 지난해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의 ‘재판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촛불 재판 과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7월 접수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사건 11건 가운데 8건을 단독 재판부의 한 판사에게 집중 배당했다. 형사단독 판사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신 대법관에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신 대법관은 10여명의 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형사재판 운영에 관한 속마음을 전달할 기회를 갖고 싶다. 모임과 논의사항은 대내외 비밀로 해달라”고 전했다.
3개월 뒤 안진걸 광우병대책위 조직팀장의 사건을 심리하던 형사 7단독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일부 판사들은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재판을 중단했다. 신 원장은 판사들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내 “통상적인 절차와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달라”며 재판 일정을 재촉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월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내용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박 판사가 “현 정권의 방향과 내 생각이 달라서 공직에 있는 게 힘들고 부담스러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장 판사들은 재판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5월 대법원은 진상조사를 거쳐 신 대법관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각급 법원의 소장 판사들은 단독판사 회의를 소집해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하는 등 반발의 수위를 높여갔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겹치며 소장 판사들의 집단 반발은 진정됐다. 하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박 판사와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재판 일정을 미뤘던 소장판사들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반면 재판 일정을 재촉하며 빠른 결론을 요구했던 신 대법관은 다시 한번 궁지에 몰리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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