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여행자’ 고아성 “연기는 내게 롤러코스터”

[쿠키人터뷰] ‘여행자’ 고아성 “연기는 내게 롤러코스터”

기사승인 2009-10-16 15:05:01

"[쿠키 영화] 땅거미가 내려앉은 저녁 7시 반,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학교수업을 마치고 나온 고아성을 만났다. 아직은 예신이의 옷을 입고 있는 듯, 영화 속 인물과 겹쳐 보이는 배우가 열어주는 마음의 문에 들어서니 ‘여행자’가 보였다. “시나리오를 통해 예신이와 만나자마자 맑고 여린 마음을 가진 그에게 한없이 빠져들었다”며 예신이를 추억하는 고아성에게서 첫사랑의 설렘이 느껴진 건 웬일일까.

예신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심신의 상처’ 때문이었단다.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여자, 그로인해 짝사랑한 남자에게 버림받으며 마음에도 장애가 생긴 사람 이 예신이다. 배우라면 욕심내볼 법한 캐릭터지만, 이제 열일곱인 배우가 소화하기에 녹록한 인물은 아니다. 특히 신체장애를 표현하는 연기는 성인 배우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영역이다.

역시나 도전은 젊은이의 특권일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더욱 즐거웠다”고 말하는 고아성에게서 청춘의 당당한 열기가 뿜어졌다.

“감동적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예신이 장애를 가진 아이라는 걸 알고 나서 욕심이 더 커졌어요. 평범한 캐릭터보다 내면이 복잡하거나 소화하기 힘든 역할을 선호하거든요. 놀이공원에 간 사람들이 무서워 떨면서도 짜릿한 재미를 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라고 할까요(웃음). 영 내 것이 될 것 같지 않던 인물이 내게 착 붙어올 때의 감동, 최고예요.”

고아성은 장애 연기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보고 분석하거나 장애인을 직접 만나 예신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잡아나갔다. 하지만 장애 연기는 만만찮았다. “어려울 줄 알았지만 막상 부딪혀보니 예상을 뛰어넘더라고요. 장애 연기가 자연스럽게 돼야 그 다음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촬영이 멈춰도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절룩거리며 걸어 다녔네요.”

고아성의 예신 연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르콩트 감독이었다. ‘예신이 다리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장애를 가진 아이보다 사랑에 빠진 가슴 아픈 소녀가 먼저란다’라는 조언에 배우 고아성은 한결 자유로워졌다. “그 말씀을 들은 후부터 한결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예신이의 옷을 입고 살았네요.”



몸과 마음 어느 쪽도 가볍지 못했던 소녀 예신을 연기하면서 고아성은 배우로서 어떤 꿈을 꿨을까.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소망했던 건, 잔잔한 종소리 같은 울림을 남기는 캐릭터로 관객의 기억 속에 남았으면 하는 거예요. 부족한 제가 좋은 영화에 작게나마 보탬이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해요. 출연 비중이 작아서 아쉽다거나 가슴 아프지 않아요.”

진심은 통한다. 오는 29일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이기도 전에 제62회 칸국제영화제, 2009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서 영화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향기 있는 시나리오에 반해 제작에 참여한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받은 “‘여행자’에서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는 칭찬은 온전히 고아성의 몫이다.

좋은 일에는 선의의 지원도 넘치기 마련이다. 진희를 고아원에 버린 생부 역의 설경구와 고아원 아이들을 친절하게 진료해주는 의사선생님 문성근의 우정출연으로 ‘여행자’의 땅은 더욱 풍요롭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