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민언옥, 두 나비에 ‘불꽃처럼’ 색을 입히다

[쿠키人터뷰] 민언옥, 두 나비에 ‘불꽃처럼’ 색을 입히다

기사승인 2009-10-16 15:20:00

"[쿠키 영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명성황후 민자영(수애)과 호위무사 무명(조승우)의 드러낼 수 없는 사랑을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들의 아련한 사랑에 순수의 색깔을 입힌 민언옥 감독을 그가 강의를 맡고 있는 대학의 연구실에서 마주했다.

보는 이의 눈을 행복하게 했던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자 “여러 스태프의 협업이 조화를 이뤘기에 가능했던 작업”이라며 “마치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낸 것처럼 비쳐지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면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역할로 민언옥이라는 이름이 소개된다.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미술 감독과 비슷하지만 좀 더 폭넓은 개념이다. 의상, 소품, 무대 세트 등 디테일한 것부터 촬영과 관련된 모든 공간과 구조까지 포함해 비주얼을 완성하는 자리다.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은 작업, 민 감독은 어떻게 일들을 진행시켜 나갔을까. 그는 시나리오를 받아들자마자 읽어 내려갔고, 그때 떠오른 ‘감정’들을 이미지나 색감으로 시각화시켰다. 또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라는 영화는 민자영과 무명의 눈을 통해 본 조선시대라는 직관 하에 세부 사항들을 결정했다.

“신문물 유입에 우호적이었던 자영과 사랑에 빠진 무명의 감정 선을 통해 조선시대를 따라가다 보니 고증에만 충실한 딱딱한 역사 영화여서는 안 됐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이제 민 감독에게 영화의 색감은 인물이었고, 인물은 색감에 의해 시나리오에서 일어나 스크린 위에서 섬세하게 살아났다.

“민자영이 국모로 성장하는 과정을 색채 변화로 표현했어요. 책봉을 앞두고 복잡한 심경을 풀기 위해 바다로 나간 장면에서는 초록색이나 붉은색 같은 원색을 통해 소녀의 풋풋함을 드러냈죠. 입궁 이후에는 국모의 기품을 살리기 위해 금색, 은색의 화려한 색감을 사용했고요. 촌부 시절의 무명은 물과 나무를 벗 삼아 지내는 인물이기에 부드럽고 은은한 자연의 색깔을 썼고, 호위무사로서 자영의 그림자 역할을 할 때에는 짙은 남색이나 어두운 계열로 표현했습니다.”

민 감독은 캐릭터와 스토리 변화를 의상 색깔의 표현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공간 및 소품을 통해서도 드러내려 애썼다. “자영이 들어온 이후 궁궐의 이미지나 공간도 하나씩 변화를 줬어요. 예를 들면 조선시대에 통용됐던 좌식 생활에서 벗어나 서구 문물인 침대로 입식 느낌을 주거나 화려하고 다양한 천으로 현대적 감각을 나타내는 식으로요. 자영과 갈등을 빚는 흥선대원군의 공간은 무채색으로 배열해 냉철하고 표독스러운 성격을 표현해 대비효과를 주었습니다.”

인물과 색감, 공간의 어울림으로 멋과 기품을 한껏 끌어올린 ‘불꽃처럼 나비처럼’. 마치 명화의 바탕색처럼, 정교한 비주얼 디자인이 수애와 조승우의 연기를 더욱 명품으로 부각시켰던 것은 아닐까. 영화 ‘춘향뎐’ ‘혈의 누’ ‘신기전’ 등을 통해 고전미와 현대미를 아울러온 민언옥의 이력에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기억될 작품이 하나 더 추가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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