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하땅사’ 김성원 작가 “공개 코미디 한계…새 그릇 필요했다”

[쿠키人터뷰] ‘하땅사’ 김성원 작가 “공개 코미디 한계…새 그릇 필요했다”

기사승인 2009-10-23 20:10: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0월에는 인기 프로그램이나 가수의 뒤에 서있는 스태프를 통해 대박 프로그램의 이면이나 인기 비결, 스타들의 면면을 들어본다.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에서 여배우들의 헤어를 담당하는 이은영 씨, KBS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의 슬레이트맨 김정근 FD에 이어 그룹 브아걸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을 만든 전홍복·배윤정 단장을 만났다. 이번 주에는 MBC 새 코미디 프로그램 ‘하땅사’ 김성원 작가를 인터뷰했다.

개그 베틀을 접목시킨 ‘하땅사’

‘오늘은 좋은 날’ ‘웃으면 복이 와요’ 등 코미디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였던 MBC. KBS2 TV ‘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에 밀려 체면을 구기고 있다. MBC는 ‘개그야’의 참패를 딛고 ‘하땅사’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다. ‘하땅사’는 ‘하늘도 웃고 땅도 웃고 사람도 웃는다’는 뜻이 담겼다. 대중의 웃음을 쥐락펴락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게 제작진과 출연진의 목표다. 지난 11일 첫 삽을 뜬 ‘하땅사’는 전국 시청률 7.8%(TNS 미디어 리서치 기준)를 기록 ‘개그야’ 방영 때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KBS2 TV ‘개그콘서트’와 SBS ‘웃찾사’와 비교하자면 여전히 밀리는 추세다.

하지만 ‘하땅사’ 탄생은 시청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선 ‘실험 정신’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공개 코미디’에 쏠린 국내 코미디계에 ‘개그 베틀’(Gag Battle)이라는 색다른 형식으로 새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좀비들의 이야기를 다룬 코너 ‘좀비’와 병약한 할아버지와 살벌한 손자들의 대결이 돋보이는 ‘으악’은 방송 2주 만에 시청자 게시판 및 각종 포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시청자들이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개그야’ 때와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다.

MBC 일산드림센터에서 만난 김성원 작가도 ‘하땅사’의 성장 가능성에 의의를 뒀다. 현재 KBS2 TV ‘개그콘서트’가 개그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지만 공개 코미디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새로운 개그 형식을 들고 나왔다.

“지난 10년 동안 ‘개그콘서트’의 주도하에 공개 코미디가 성황을 이뤘죠. 하지만 비슷한 패턴의 개그, 짜여진 동선, ENG 촬영 방법 등이 시청자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켜주기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세대 코미디 프로그램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락성이 강조된 형식이 되지 않을까 판단했어요. 그러다가 김구산 PD와 함께 베틀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공개 코미디 ‘개콘’도 보여주지 못한 1mm

‘하땅사’는 M팀과 C팀이 개그 대결을 펼치면 방청객 투표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은 MVP로 선정되며, 부상으로 아이디어 개발비 100만 원을 받는다. 식상하거나 반응이 저조한 프로그램은 곧바로 ‘폐지’된다. 출연진의 경쟁을 부추겨 매주 신선한 개그를 공급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간단한 장기나 개그를 선보이는 ‘허접 개그’,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는 ‘까발려’ 등 브릿지 형식의 코너가 지루함을 달래준다.

“식상하고 틀에 박힌 개그보다 발랄한 개그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진행자도 고정이 아니라 매주 새로운 조합을 보여드릴 거고요. 게임이나 인터뷰를 접목시킨 개그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개그 콘서트를 꼭 이겨야겠다’ ‘웃찾사보다 나아야 한다’ 이런 생각은 없어요. 다만 공개 코미디가 보여주지 못한 1mm를 ‘하땅사’가 보여주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공개 코미디는 출연진이 짠 동선만 보여주지만, 우리는 무대 뒤 이야기나 개그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토크 형식으로도 꾸밀 겁니다. NG컷이나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모든 것을 무대에서 보여드릴게요.”

‘세바퀴’ 만들 때처럼 ‘하땅사’도 반대 부딪쳐

1994년 MBC 공채 작가로 입사한 김 작가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오늘은 좋은 날’ ‘전파견문록’ ‘테마게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각종 코미디 및 오락 프로그램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하땅사’ 외에도 인기 프로그램 ‘세바퀴’를 집필 중이다. 김 작가는 미시 스타들의 토크쇼인 ‘세바퀴’를 처음 내놓았을 때 많은 이들이 만류했던 것처럼 ‘하땅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빅 카드가 주말을 꽉 잡고 있어서 도무지 당해낼 재간이 없었죠. 어떻게 하면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시 스타들의 입담을 풀어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줌마들이 나와서 떠드는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겠냐’며 고개를 가로 젓더라고요. ‘하땅사’도 ‘세바퀴’ 만들 때처럼 부정적 시선이 지배적이었죠. 매주 새로운 개그를 보여준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전 미시 스타들의 입담을 믿었기에 ‘세바퀴’ 히트를 자신했어요. ‘하땅사’도 ‘세바퀴’ 만들 때처럼 좋은 예감이 밀려옵니다(웃음). 2회 만에 이 정도 반응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땅사’가 나아가야 할 길

공개 코미디가 주축을 이루는 이 때에 ‘개그 베틀’을 들고 나온 ‘하땅사’. 새로운 개그 시대를 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김 작가는 ‘매일 아이디어와의 전쟁’이라며 ‘유쾌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있다’고 털어놨다.

공개 코미디에 도전장을 내민 ‘하땅사’. 인기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로 시청자 게시판 및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판정 시비’ 부분이다.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가 방청객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시청자들은 선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공정성 여부에 의견이 분분해 방청객 점수를 공개할까 고민했으나 MVP와 폐지 프로그램 결과가 노출되기에 다른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공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청자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인터넷 투표제를 도입할까 고려 중입니다.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고 개그맨 50명의 캐릭터에 하나 둘 색깔이 더해진다면 ‘세바퀴’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거라 기대합니다.”

10년 전 ‘개그콘서트’가 첫 출범했을 때, 공개 코미디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개그 베틀’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시청자에게 찾아온 ‘하땅사’. ‘나중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 구절이 있듯 ‘하땅사’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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