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고 장자연을 바라보는 씁쓸함

‘펜트하우스…’ 고 장자연을 바라보는 씁쓸함

기사승인 2009-10-29 18:41:05

[쿠키 영화] 세상과 작별을 고한 배우들을 작품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반가움’이라는 선물로 다가온다.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에서는 연기 혼을 불태웠던 고 장자연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극중 캐릭터와 고인의 실제 삶이 일부분 오버랩 돼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극중에서 고인은 육체적 탐닉을 즐기는 성형외과 의사 민석(조동혁)의 내연녀로 등장한다. 몸만 주면 된다는 남자에게 마음까지 내어주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다 민석이 아내 수연(이민정)과 이혼할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통보하자 마음을 추스르지 못 하고 결국 욕조에서 최후를 맞는다. 지난 3월7일 고인도 홀로 생의 마지막 매듭을 묶었기에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화제를 모았던 배우 조동혁과의 베드신에 취재진의 이목이 집중됐다. 고인의 정사 장면이 담긴 예고 동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누리꾼들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삭제를 요청했던 터라 어느 선까지 편집될 것인가는 큰 관심사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격 노출 및 정사의 강도가 센 영화인만큼 고인의 정사 장면도 비교적 세게 표현됐다.

29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린 ‘펜트하우스 코끼리’ 언론시사회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은 정승구 감독은 고인의 출연 장면을 삭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사회적 이슈를 몰고 온 인물이기에 출연 분량을 삭제할 지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도 민감했다”면서 “서술 구조 혹은 영화의 완성도를 저해할 수 없어서 이대로 편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 정도 개봉이 지연됐기에 재촬영이 가능하지 않았냐고 묻자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고 털어놨다. “편집을 다 끝내고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하는 단계에서 고인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조연급이지만 출연 비중이 높았고 제작비도 넉넉지 못해 재촬영할 상황이 되지 못 했다”고 해명했다. 정 감독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깝다”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고인과 호흡 분량이 많았던 조동혁의 마음도 안타깝기는 매한가지였다. “개인적으로 정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촬영장에서 밝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기에 더 많이 놀랐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제작’ ‘파격 정사신’ 등 화려한 수식어를 몰고 다닌 ‘펜트하우스 코끼리’. 이슈가 됐던 만큼 8번의 강도 높은 베드신, 피가 난무하는 잔혹한 장면, 몽환적 영상미 등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다만,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캐릭터들과 비현실적 묘사 등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30대 남자들의 성장통을 다룬 ‘펜트하우스 코끼리’가 관객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궁금하다. 11월 5일 개봉.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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