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남과 다른’ 것을 보는 신선한 눈(1st Look)이 이뤄낸 ‘남다른’ 성과

[쿠키人터뷰] ‘남과 다른’ 것을 보는 신선한 눈(1st Look)이 이뤄낸 ‘남다른’ 성과

기사승인 2009-11-14 09:29: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에는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내 홍보사 대표 4인을 인터뷰한다. 지난주에는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등을 홍보한 ‘영화인’ 신유경 대표를 만났다. 이번에는 ‘추격자’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등을 히트작 반열에 올려놓은 홍보사 ‘퍼스트룩’(1st Look) 이윤정 대표를 만나 얘기 나눴다.

흥행작 뒤의 버팀목이 되었던 ‘퍼스트룩’

‘퍼스트 룩’은 창립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홍보사다. 인맥과 역사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홍보 시장에서 4년이라는 연혁은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온 햇병아리에 속한다. 그러나 퍼스트 룩이 이뤄낸 성과를 보면 씨암탉 수준이다.

2005년부터 그들의 손에서 재탄생 된 대표작들은 ‘방과 후 옥상’ ‘동갑내기 과외하기2’ ‘마파도2’ ‘추격자’ ‘아이언 맨’ ‘님은 먼 곳에’ ‘아내가 결혼했다’ ‘뜨거운 것이 좋아’ ‘어거스트 러쉬’가 있고 올해만 해도 ‘7급 공무원’ ‘거북이 달린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스타트랙’ ‘와치 맨’ ‘페임’ ‘토끼와 리저드’ ‘텔레시네마 7’ 시리즈를 홍보했다.

지난해 전국 관객 507만(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기준)을 기록한 ‘추격자’와 413만 명을 불러 모은 ‘아이언 맨’만 합해도 1000만에 육박한다. 올해 상반기 성적표도 좋다. ‘7급 공무원’이 407만 명을, ‘거북이 달린다’가 305만 명의 사랑을 받았다. 짧은 시간 새 거둔 제법 실한 결실 덕에 퍼스트룩은 홍보대행사 계의 ‘혜성’으로 통한다.

서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윤정 대표는 홍보사의 ‘다크호스’로 불리는 CEO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앳된 외모다. 이 대표는 2001년 명필름 마케팅 팀에 입사해, 서른을 앞둔 2005년 ‘마켓 인피니티’라는 회사를 설립해 홀로 선다. 2년 후 ‘퍼스트룩’(1st Look)으로 상호명을 변경,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7급 추격자 거북이’에서 발견한 희망

이윤정 대표와 사원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모든 작품을 ‘보고 싶은 영화’ ‘호기심이 생기는 영화’로 만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해 화제작 ‘추격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초반 ‘추격자’의 성공을 예견한 이는 거의 없었다. 관객은 나홍진이라는 신인 감독을 알지 못했고, 김윤석과 하정우는 연기 잘하는 명배우였으나 흥행파워가 부족했다. ‘추격자’의 외적 조건을 놓고 볼 때 대중의 구미를 끌어당길만한 ‘달콤한 요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흐지부지 막 내릴 영화’라고 고개를 저을 때, 홍보사 ‘퍼스트룩’은 확신을 가졌다. 나홍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속도감 넘치는 편집과 극적 전개, 배우들의 호연이라는 삼박자가 만나 대단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고 관객은 알아봐 줄 것이라고 믿었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 ‘추격자’는 가공할 만한 흥행력과 관객을 압도하는 흡입력을 지닌 ‘괴물’이었다. 퍼스트룩의 예상 그대로였다.

“‘살인마 유영철’이나 ‘연쇄살인사건’에만 주목해 홍보한다면 주제가 흐려질 것 같았어요. 또 ‘스릴러 장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죠. 당시 스릴러 장르를 내세워서 잘 된 작품은 ‘살인의 추억’ 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 관객의 흥미는 스릴러에 닿아있지 않았거든요. 소재나 장르를 팔지 말고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웰 메이드 작품’을 강조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관객이 나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과 스피디한 전개를 보면 흥미로워 할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추격자’의 흥행을 선뜻 믿지 않았던 것처럼 올해는 ‘7급 공무원’이 그랬다. 표면적으로 볼 때 진부한 로맨틱 영화가 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가정보원의 첩보요원의 좌충우돌 사랑기라는 ‘7급 공무원’의 독특한 시도가 극장가를 강타할 것임을 믿었다.

“진부한 틀을 깨는 신선한 스토리와 설정이 돋보이더라고요. 또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첩보, 액션 소재를 한국적 색깔로 잘 풀어냈고요. 여기에 김하늘, 강지환 씨가 캐릭터와 잘 어우러져 재치 넘치는 작품이 될 거라고 예상했죠. 따라서 로맨틱 코미디에 주로 쓰이는 식상한 멘트가 아닌 궁금증을 유발하는 참신한 홍보 문구로 꾸며봤는데 어느 정도 적중했던 것 같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도 제작 단계에서부터 ‘추격자의 아류작’이라는 비난에 몸살을 앓아야했다. 이에 이 대표는 ‘거북이 달린다’를 ‘농촌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임을 알림과 동시에 주연 배우 김윤석의 높은 위상을 마케팅에 접목시켰다.

“예고편이 상영되기 전 김윤석 씨가 ‘추격자’로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쓴 장면을 편집해서 내보냈어요. ‘거북이 달린다’는 국민배우 김윤석이 선택한 차기작인 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는 것을 강조했죠. 여기에 경기불황에 주식급락, 정리해고 등이 속출하는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고개 숙인 아버지에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콘셉트를 활용했어요. 결국 진심을 알아봐주신 관객이 ‘거북이 달린다’를 선택해주셨죠.”



철저한 분석과 열정으로 이뤄낸 성과들

지난해까지 기자가 퍼스트룩에 대해 갖고 있던 인상은 중간 크기의 작품을 크게 돋보이게 해주는 홍보사, 문구 하나하나에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홍보책자를 만드는 대행사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홍보를 맡는 작품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영화 규모도 커지는 것을 보면서 ‘진심은 통하는 구나’ ‘조용히 쌓아온 내공이 힘을 발휘하는 구나’ 싶었다. 이 대표의 답변을 봐도 ‘7급 공무원’ ‘아이언 맨’처럼 소위 흥행이 될 만한 작품이 단순한 행운을 타고 ‘퍼스트룩’의 손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퍼스트룩(1st Look)이 이름값을 했다.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지다 보니 기성과는 다른,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을 지닌 홍보사라는 인상을 주게 된 것 같아요. 1st Look, 남이 보지 못하고 간과한 것을 처음으로 발견해 내는 참신한 시각에 후한 평가를 주셨던 것 같고요. 그런 기대와 믿음에 부흥하기 위해 작품 연구와 분석에 혼신을 쏟고 있어요. 좋은 홍보의 첫 걸음은 정확한 분석에서 비롯되거든요. 순간의 흥행에 연연해 자극적 소재나 이슈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마케팅에도 진심이 담기는 게 중요한데, 전 그 진심이 냉철한 분석과 정확한 안목에서 나온다고 보는 거죠. 결국 홍보라는 것은 과장되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의 장점을 관객들에게 소개시켜 드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이즈를 지양하고 ‘착한’ 마케팅을 지향하는 퍼스트룩은 꼼꼼한 작품 분석을 위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작품 수에만 입찰했다. 속빈 강정처럼 규모만 큰 회사가 아닌, 적은 수의 작품이라도 질 좋은 홍보로 보답하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양을 좇아가지 말자’고 방향을 잡았어요. 적은 작품을 할지라도 부끄럽지 않은 홍보를 하고 싶었거든요. 중요한 것은 작품의 수가 아닌 영화를 사랑하고 정확하게 홍보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진심은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고요.”

관객의 진심어린 박수가 가장 큰 보람

이 대표는 잊을 수 없는 사건 중 하나로 ‘거북이 달린다’ 종영 무대 인사를 떠올렸다. 배우 김윤석이 상영관 안으로 들어설 때 울렸던 관객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단다.

“다들 일어서다시피 몸을 곧추 세우면서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주셨죠. 관객이 보내는 박수와 함성은 무기력하고 평범한 형사 조필성에게 보내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이자 배우 김윤석의 호연에 대한 감탄이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를 홍보하면서 전하고자 했던 진심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도달된 것 같아서 보람이 느껴지더라고요.”

참신한 시각에 철저한 분석이 입혀진 ‘퍼스트룩’의 홍보가 관객의 박수를 통해 입증된 순간이었다.

“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흘려버린 것을 볼 수 있는 신선한 눈으로 홍보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각오를 듣다 보니 명함 뒤에 새겨진 그림에 눈길이 간다. 흔히 보는 푸른 하늘이 아니라 노란 하늘이다. ‘독특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홍보사’라는 뜻을 담았다는 샛노란 하늘이 예사롭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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