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희원, 임창정 입김? 김윤석이 인정한 1번 타자.

[쿠키人터뷰] 김희원, 임창정 입김? 김윤석이 인정한 1번 타자.

기사승인 2009-11-20 16:10:01

"[쿠키 연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2’가 전국 855개의 상영관을 확보, 물량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는 작품이 있다. 운명을 믿는 처녀보살의 사랑 이야기가 코믹하게 버무려진 영화 ‘청담보살’이다.

영화 ‘색즉시공1,2’ ‘만남의 광장’ 등에서 물오른 연기를 보여준 임창정과 SBS 예능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달콤 살벌한 ‘예진아씨’로 코믹 본능을 발휘한 박예진이 만났다. 임창정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체화된 듯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코믹 연기, 상황의 묘미가 가져다주는 박예진의 유머러스한 면모가 웃음을 유발한다.

주연배우의 코믹 연기가 완성도를 더하는 것은 조연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운명의 남자를 만나야 태랑(박예진)의 인생이 풀린다고 믿는 엄마 김수미, 타로점을 보는 지혜로 분한 서영희, 아기 동자 무당 병수 역의 김희원이 그러하다. 이 중 지혜와 알콩달콩한 사랑을 맛깔 나게 연기한 김희원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스크린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배우다.

20년 연극 내공이 뿜어낸 자연스러운 연기

서울 상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희원(39)은 ‘청담보살’ 속 병수처럼 넉살 좋은 웃음과 호기를 지녔다. 병수 역을 어떻게 구상하게 됐냐고 묻자 “유명한 점집을 찾아 무속인을 관찰했고 궁금한 것들은 대화를 나누면서 체득했다”고 설명하며 “나름대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코믹한 모습이 부지불식간에 드러난 것 같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캐릭터 병수와 실제 모습이 오버랩 될 정도로 김희원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구사한다. 1989년부터 연극 ‘지하철 1호선’ ‘지저스 크라이스트’ ‘허재비 놀이’ 등 다양한 무대를 거치면서 쌓은 내공 덕분이다. 2007년 이후 스크린으로 영역을 넓혀 ‘1번가의 기적’ ‘만남의 광장’ ‘스카우트’ ‘거북이 달린다’ ‘청담보살’까지 연속 출연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이면 40대에 접어드는 그가 새로운 도전지로 ‘스크린’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배우로서 늦은 데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동안 영화와 인연이 닿지 않았네요. 실력도 부족했던 것 같고요. 그저 연극이 좋았고 영화나 드라마는 저와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호주에서 보냈던 3년의 생활이 ‘한국에서 영화배우로 다시 시작해보자’는 도전의식을 품게 만들었죠.”



호주에서의 지옥 생활…영화배우의 꿈을 꾸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연극 생활이 10년 이상 지속되자 회의감이 몰려왔다. 이대로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호주는 준비된 자에게는 오색찬란한 자연이 펼쳐진 지상낙원이었지만 무일푼에 준비 없이 떠난 김희원에게는 냉정하고 매몰찬 곳이었다. 서빙, 막노동, 페인트 칠, 굴뚝 청소, 대관 설비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호주에서 3년 살았으니 ‘영어 좀 하겠다’ 생각하실 텐데 먹고 사느라 바빠서 공부는 뒷전이었어요(웃음). 대신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면서 인생 공부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의 힘들었던 생활이 인간 김희원에겐 거름이 된 거죠.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두렵지 않은 건 험난한 생활도 견뎌냈던 당시의 경험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임창정과 17년 동안 쌓아온 우정

영화배우로 제2의 인생을 살기로 결심하고 한국에 돌아왔으나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했던 그를 선뜻 믿고 캐스팅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때, 임창정이 손을 내밀었다. 임창정은 주연작 ‘1번가의 기적’ 윤제균 감독에게 김희원을 조심스럽게 추천했고, 김희원의 연기 실력과 끼를 알아본 윤 감독은 그를 캐스팅했다. 이후 ‘만남의 광장’ ‘스카우트’ ‘청담보살’까지 순풍에 돛 단 듯 앞으로 나아갔다.

김희원과 임창정의 우정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극단 ‘현대’에서 선·후배로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끼니를 연명하기 어려웠던 시절, 김희원은 임창정을 친동생처럼 아끼며 돌봤다. 배고픈 시절 받았던 도움은 소중하고 값진 법이다. 임창정은 김희원이 제작사로 나선 뮤지컬 ‘빨래’에 노 개런티 출연하며 의리를 과시했다.

“지금의 김희원이 있기까지 (임)창정이의 도움이 컸죠. 다섯 작품 중에 네 작품을 창정이와 했거든요. ‘동생 덕 좀 봤다’고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건 당연할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배우의 추천만으로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감독님들도 목숨을 걸고 찍는 작품이라 배우의 입김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셨고요. 지인의 도움을 받았지만 제가 스스로 만든 것들도 많아요. 이러한 오해를 저만 받으면 괜찮은데 창정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네요.”



김윤석이 인정한 1번 타자

연기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 배우 김희원. 연기자로서의 재능은 7년 전 한 극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연기파 배우 김윤석도 인정했다. “내가 잘 되면 넌 1번 타자다”라고 농담 섞인 말을 건넸을 정도다.

“당시 선배가 영화 ‘타짜’를 촬영 중이었는데 감이 좋다면서 ‘잘 풀리면 너부터 챙겨주고 싶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어가며 얘기하시더라고요(웃음). 결과 여부를 떠나 저에 대한 칭찬인 것 같아서 기분 좋았습니다. ‘거북이 달린다’에 출연했을 때에도 ‘네 몫을 잘해줬다’고 격려해주셨고요. ‘정당성 있는 연기를 하라’고 조언해주신 것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려고요.”

“주연배우의 자리를 노리기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성장하는 명품 조연으로 남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들으니 욕심보다 실력을 먼저 채워야 할 때임을 알고 있는 듯하다. 개봉 예정작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 ‘육혈포 강도단’으로 스크린 활약을 이어갈 김희원의 연기가 핑크빛 기대로 부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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