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동아리 ‘누에’에서 실을 뽑아 홍보사 ‘비단’으로 ‘아름다운 성장’

[쿠키人터뷰] 동아리 ‘누에’에서 실을 뽑아 홍보사 ‘비단’으로 ‘아름다운 성장’

기사승인 2009-11-28 11:40: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1월에는 한국영화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국내 홍보사 여자 대표 4인을 인터뷰한다. ‘왕의 남자’ ‘해운대’ 등 대작을 홍보한 ‘영화인’ 신유경 대표, ‘추격자’ ‘7급 공무원’ 등을 히트작 대열에 올린 ‘퍼스트룩’ 이윤정 대표, ‘실미도’ ‘애자’ 등 맡는 영화마다 열정을 다하는 ‘이노기획’ 김은성 대표를 인터뷰했다. 이번 주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굿모닝 프레지던트’ ‘시크릿’ 등을 마치 직접 제작한 작품처럼 홍보해 온 ‘비단’ 김진아 대표를 만나 성장 과정을 들어본다.

첫 번째 실…‘누에’에서 비상을 꿈꾸다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단’에서 홍보한 작품을 접해 봤을 것이다. 2003년 첫 홍보작인 ‘S다이어리’를 비롯해 ‘새드무비’ ‘음란서생’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사생결단’ ‘뚝방전설’ ‘M’ ‘열한 번째 엄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여고괴담5’ 등을 관객 앞에 세웠다. 현재 255만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27일 기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12월3일 개봉을 앞두고 평단과 관객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크릿’도 ‘비단’의 홍보작이다. ‘비단’은 한국영화의 중심에서 지난 6년 동안 관객과 호흡해왔다.

홍보대행사 ‘비단’은 김진아·신연주·이지원이 공동대표로 등재돼 있다. 세 사람이 함께 대표가 된 사연은 독특하다. 이들은 24년 역사를 지닌 이화여자대학교 영화제작동아리 ‘누에’ 출신이자 동갑내기 대학친구다. 졸업 후 영화 마케팅 회사, 영화 광고 대행사, 외화 수입 및 배급사에서 각자의 경력을 쌓다가 서른 살을 앞두고 ‘비단’을 설립했다. 자신의 뿌리가 된 ‘누에’에서 착안, ‘비단’이라는 회사명을 지었다. 고치에서 생을 끝내지 않고 스스로 실을 풀어 비단을 짜는 것까지가 누에의 운명이라는 생각에 각자의 길을 가다 다시 모인 세 사람의 ‘환골탈태’가 느껴지는 기막힌 이름이다.

“세 명 모두 사회로 나가 직간접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일을 했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홍보’라는 분야를 선택하게 됐고요.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시작했던 게 아니라(웃음) 열정 하나로 시작한 다소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이었죠. 그저 영화에 대한 사랑을 짊어지고 밑바닥부터 뛰었습니다.”



두 번째 실…‘비단’의 숨은 전략

맨 손으로 시작했지만 성장 속도는 빨랐다. 밤낮 가리지 않고 작품과 대중의 성향을 분석했고 입소문을 전략으로 사용했다. 묵묵히 일을 수행하다보니 ‘마치 스스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처럼 열과 성을 다하는 홍보사’라는 호평이 따랐다. 업계의 긍정적 평가를 받기까지 두 가지 전략이 주효했다. ‘겹치기 홍보는 피하자’와 ‘직원을 멀티 플레이어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 작품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을 때, 다른 작품을 맡게 되면 어느 한쪽에 소홀해 질까봐 일단 맡은 작품부터 성실히 끝내기로 홍보 방향을 잡았어요. 예를 들어 개봉 시기가 겹치거나 작품 색깔이 비슷한 경우 나중에 들어온 작품을 과감히 포기했죠. 겹치기 홍보가 거의 없다 보니 1년에 평균적으로 4~5편을 끝내게 되더라고요. 여느 홍보사와 비교할 때 다소 적은 작품 수지만, 매번 열정을 쏟을 수 있어서 후회가 남지 않아요.”

“한 분야에서만 일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안목이 좁아지기 마련이죠. 한 우물만 팠던 직원이 이직할 경우 타사에서 할 수 있는 일도 적어지고요. 직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서, 물론 ‘비단’을 위해서 멀티 플레이어가 가장 유용하다고 생각했어요. 창업 초기부터 모든 작품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업무를 세분화시키지 않고 전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세 번째 실…‘궁’ ‘아이리스’ 드라마 홍보도 성공

산고의 고통을 겪는 것처럼 매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였기 때문일까. 첫 홍보작 ‘S다이어리’ ‘새드무비’ ‘음란서생’을 끝내고 나니 드라마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비단’에게 맡겨진 첫 번째 드라마는 그룹에이트 송병준 대표와 황인뢰 감독이 의기투합한 ‘궁’이었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가정 하에 신분이 다른 남녀가 벌이는 사랑 이야기로 2006년 방영 당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흥행 결과만 놓고 보면 ‘대박 요소가 가득했던 작품을 홍보했던 것 아니냐’ 말할 수 있지만, 제작 당시 ‘궁’은 방송사나 제작사 모두 ‘무모한 도전’이었을 만큼 위험 요소가 산재했다. 가장 큰 약점은 이렇다 할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없었다는 것. 당시 윤은혜는 그룹 베이비복스의 그늘에서 갓 벗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녀장사’로 이름을 알리는 정도였고, 남자 주인공 주지훈도 모델 출신이라 연기 경험이 전무했다. ‘비단’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

“주연배우들이 연기 경험이 없다보니 인물 자체를 홍보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어요. 원작자인 박소희 만화가의 재기 발랄한 이야기와 구성을 소개하는 쪽으로 힘을 실었죠. 또 원작을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골수팬들의 반감을 샀던 부분을 단계별로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 부분이 드라마에서 이렇게 바뀌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면서 거리감을 좁혀갔죠.”

‘비단’의 꼼꼼한 홍보 전략이 ‘궁’을 인기 드라마 반열에 올려놓는데 일조했으나, 김 대표는 “대중 코드가 반영된 작품이라는 점이 흥행의 중요한 역할을 했고, 밤낮으로 열심히 뛰어준 드라마 스태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공을 돌렸다.

‘궁’을 통해 맺어진 황인뢰 감독과의 인연은 ‘궁S’와 ‘돌아온 일지매’까지 계속됐다. 드라마 홍보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비단’의 역량은 현재,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아이리스’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리스’는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호연, 달콤 짭조름한 극 전개, ‘비단’의 맛깔 나는 홍보 양념이 더해진 ‘진미’로 시청자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네 번째 실…작품만 좋다면 모든 걸 올인

김 대표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과 ‘시크릿’을 꼽았다. 매 작품마다 애정이 남지만 두 작품이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독특하고 탄탄한 시나리오 때문이란다.

“시나리오가 좋을수록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독특한 시나리오에 가슴 설렜던 작품이죠. 문소리와 지진희 씨가 캐스팅됐다는 말을 듣고 더욱 관심이 쏠렸고요. 탄탄한 시나리오, 배우들의 믿음직한 연기,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을 믿고 마음껏 홍보했던 작품이에요.”

현재 홍보 중인 ‘시크릿’에 대해서는 정통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춰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기대되는 영화란다.

“이렇게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는 처음 접해봤어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심봤다’를 외쳤을 정도니까요(웃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니 차승원, 송윤아, 류승룡, 박원상, 김인권, 오정세 등 주연배우들의 호흡도 일품이었고요. 스릴러물의 어둡고 무거운 특징을 관객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을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는 ‘과제’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요. 그래도 좋은 작품이 가져다주는 에너지 덕분인지 홍보하면서 되레 힘을 얻고 있어요.”

다섯 번째 실…팀워크가 성장 원동력

‘비단’은 6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내실 있게 성장을 다져왔다. 김 대표는 그것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팀워크’를 꼽았다. 15년 지기 대표들은 흔한 다툼 한번 없이 자리를 지켰고, 직원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홍보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관객과의 소통이요. 그런데 그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끼리 한 마음이 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친구 같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그 속에서 참신한 홍보 전략이 나오는 거고요. 결국 ‘비단’ 내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열쇠가 되어 굳게 닫힌 관객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소통이 잘 되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에가 한 올 한 올을 정성스럽게 명주실을 뽑아내듯 열과 성, ‘성실’과 ‘열정’이라는 날실과 씨실을 교차시켜 홍보라는 실크 스크린을 짜는 ‘비단’. 이들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질 때 관객의 추운 마음을 포근히 감싼 실크 스카프, ‘비단’ 목도리를 보게 되리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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