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세계적인 여성 속옷 브랜드인 빅토리아시크릿과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한 국내 수입 업체가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 모회사인 미국 리미티드 브랜드는 1일 “한국의 어떤 업체와도 독점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의류 수출입업체 ‘아르카디아’인 2월 중순부터 한국에서 빅토리아시크릿을 정식으로 판매한다고 지난달 19일 공식 발표했다.
리미티드 브랜드는 “국내 어떤 회사도 빅토리아시크릿의 이름이나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법률적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자사 제품의 한국 재판매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미티드 측은 아르카디아의 발표를 보도한 언론사들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아르카디아는 발표 당시 빅토리아 시크릿 미국 본사 회장의 자필 서명이 담긴 영문계약서까지 공개하며 향후 3년간 빅토리아시크릿 브랜드 한국 내 판권을 맡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계약서가 날조됐다”고 주장했으며 이에 대해 아르카디아측은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어 계약서 진위여부에 대한 의혹마저 일고 있다.
아르카디아측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미국 본사가 한국 론칭을 직접 진행하려고 했는데 수입업체측이 대대적으로 판권 계약을 먼저 발표하자 소위 ‘재를 뿌렸다’고 판단해 계약을 없던 일로 하는 등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다른 브랜드 계약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회사의 주장에 반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계약은 사실이지만 미 본사가 갑자기 이를 번복했다는 얘기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홍보대행사 최모 대표는 “수입업체의 주장이 100% 맞다고 확신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 당시 계약이 성사됐다고 판단했다”며 “계약서 진위에 대해 현재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쿠키뉴스측은 아르카디아의 이재승 대표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해 직접 답변을 들으려고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먼저 판매하려는 수입업체간 경쟁으로 인해 설익은 발표가 남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 국내 판권 계약의 경우 이전에도 다수의 수입업체가 계약을 발표했다가 본사가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는 이번 일로 한국 패션계에 대한 대외 이미지 실추는 물론 위상에도 흠집이 날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유명 속옷을 정식으로 수입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경우, 독점 판권 계약을 하거나 라이센스를 맺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확실한 계약관계 확인이 어렵다”라며 “먼저 계약설을 흘리고 아니면 말고 식의 일부 업체의 관행 때문에 향후 다른 브랜드를 수입하는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패션 속옷의 대명사로 지젤 번천과 미란다 커, 나오미 캠벨 등 당대 최고의 모델이 출연하는 속옷 패션쇼로 유명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사진= 빅토리아시크릿 홈페이지 캡처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