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남아공월드컵 전 경기를 즐기는 축구팬이라면 매우 거슬리는 한 가지가 있을 거예요. 매 경기마다 ‘붕~붕~’ 소리를 내는 남아공 응원도구 ‘부부젤라(Vuvuzela)’가 바로 그것이죠.
부부젤라는 현지 부족인 줄루족의 전통악기로 전해집니다. 긴 원뿔모양 나팔에 입을 대고 불면 140㏈에 달하는 굉음이 터져 나옵니다. 코끼리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니죠.
남아공 국민들은 월드컵 흥행을 위해 자국 외 경기에서도 관중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개막 후 치러진 다섯 번의 경기에서 같은 소음이 반복됐던 이유도 이 때문이겠죠.
부부젤라는 한국이 그리스를 2대0으로 격파했던 12일(현지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도 예외 없이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기자석에서 처음 체험한 이 소리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시끄러운 것으로 치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의 전통악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죠.
많게는 수 천 명의 관중이 각각 140㏈씩 소음을 내니 ‘정말 고막이 찢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심의 종료휘슬이 울린 뒤 부부젤라 소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지만 한동안 머리가 울려 고생했습니다.
월드컵은 이제 사흘째를 맞았습니다. 오늘을 포함해 29일 간 같은 소리에 시달려야겠죠. 모든 경기를 관전하겠다고 다짐했다면 비장한 각오를 다져야 할 겁니다. ‘붕~붕~’ 소리가 밤새 귓가를 맴돌 테니까요.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자쿠미(Zakumi)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공식 마스코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