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대 청년 독립 막는 세대분리법, 국민 10명 중 7명 “부적절하다” [이상한 나라의 세대분리법⑥]

[단독] 20대 청년 독립 막는 세대분리법, 국민 10명 중 7명 “부적절하다” [이상한 나라의 세대분리법⑥]

‘만 30세 미만 세대분리 연령 기준’ 쿠키뉴스 자체 인식조사

61.1% “만 30세 미만, 복지 혜택 대상 제외되는 것 불합리하다”
10명 중 8명 “20대 청년도 부모와 따로 거주하면 세대분리 필요”
54.8% “연령 요건, 만 30세→19세 미만으로 완화해야”

기사승인 2024-11-11 06:05:05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만 30세 미만도 부모와 따로 거주한다면, 개별가구로 인정해 이들의 수급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을 개정해 20대 청년을 독립적인 주체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도 과반을 넘겼다. 

쿠키뉴스는 기초생활보장법의 세대분리 기준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알아보고, 이를 반영해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고자 지난 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216명을 대상으로 세대분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은 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센터, 민달팽이유니온, 282북스 등 청년단체 및 자체 조사를 통해 이뤄졌으며, 문항은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조화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세대분리법)은 부모와 따로 거주하고 있어도, 미혼·미취업 상태의 만 30세 미만은 ‘독립가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서류상 부모의 소득과 합산되는 탓에 생계급여 등 복지 혜택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61.1% “만 30세 미만 기준, 불합리하다”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과반 이상은 30세 미만을 독립가구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세대분리법 자체를 알지 못했다. 53.7%가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3%였다.

대다수는 20대 청년을 개별가구로 인정하지 않는 세대분리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74.1%는 ‘부적절하다’고 답했으며, ‘적절하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법으로 인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점 역시 부당하다고 인식했다. ‘미취업·미혼의 30세 미만이 부모와 같은 소득인정액으로 묶여 생계급여 등 복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응답자의 75%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적절하다’는 답변은 17.6%, ‘잘 모르겠다’ 7.4%였다.

응답자 61.1%는 연령 기준이 ‘만 30세 미만’으로 정해진 것이 불합리하다고 봤다. ‘합리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9.9%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비율은 19%였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특히 10명 중 7명은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했다. 30세 미만은 부모의 부양을 받을 것을 전제로, 수급권을 보장하지 않는 현행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답변은 75.1%에 달했다. '법이 바뀔 필요는 없다’는 응답은 14.8%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12%였다.

법 개정 방향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성년의 나이를 19세로 보는 민법에 따라, 연령 요건을 19세로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54.8%로 가장 높았다. ‘연령 기준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25.5%)’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3.2%였다. 기타 의견은 16.5%였는데, △대학 및 군 입대 등의 기간 고려 △만 25세 미만으로 연령 기준 완화 △만 24세로 완화 등 응답이 있었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10명 중 8명 “30세 미만 청년도 부모와 따로 거주 시 세대분리 필요”

‘현행법이 20대 청년의 독립을 막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74.5%는 ‘20대 청년을 독립적인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20대 청년이 부모 부양을 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19%였다. ‘잘 모르겠다’는 6.5%다.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30세 미만 청년도 세대분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0.1%에 달했다. 세대분리가 필요한 이유로는 ‘30세 미만도 독립적 주체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55.5%)’이라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위해(17.3%)’ ‘생계급여 신청을 위해(13.9%)’, ‘주택청약 신청을 위해(13.3%)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세대분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9.9%였다.

세대분리 신청 경험도 물었다. 13명(6%)이 세대분리를 신청했으나, 거절 당하거나 포기했다고 했다. 7명은 시·구청에서 신청을 거절당했다. 3명은 ‘원 가족과 연락하지 않기 위해’ 신청을 포기했다. 앞서 언급된 이유가 모두 해당됐던 경우도 1명 있었다. 이밖에 ‘증명 절차가 복잡해서’, ‘전입신고 요건 부족’ 등 응답이 나왔다.

한편 이번 인식조사 응답자 대부분은 20·30대 청년이다. 20대는 44.9%, 30대는 39.8%로 전체의 84.7%를 차지한다. 40대는 9.3%, 50대는 5.1%, 60대 이상은 0.9%였다.

집을 떠난 20대의 자립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선 더 힘들다. 부모의 가정폭력, 일방적 지원 중단, 가출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난 청년들에게 국가는 법적 자립을 허락하지 않는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취업·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을 독립 가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30세 이상’만 가능한 세대분리 기준은 일부 청년들을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어냈다.

쿠키뉴스 취재팀은 8월21일부터 10월31일까지 2개월간 30세 미만의 ‘독립 제약 청년’들을 직접 만났다. 빈곤 상태여도 기초생활보장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다. 큰 빚을 지거나, 노숙을 택한 청년도 있다. 세대분리법으로 복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20대 청년의 삶을 조명하는 최초의 시도다. 11월4일부터 9편에 걸쳐 보도한다. *‘독립 제약 청년’이라는 언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편집자주]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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