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대분리법에 가로막힌 위기청년 7500여명…“통계 밖엔 더 많아” [이상한 나라의 세대분리법③]

[단독] 세대분리법에 가로막힌 위기청년 7500여명…“통계 밖엔 더 많아” [이상한 나라의 세대분리법③]

주거급여만 청년들에 분리지급…지난해 신청자 7500여명
전 청년정책조정위원 “분리지급 제도, 세대분리 개정 못해 만든 우회책”
까다로운 조건 탓에 ‘지급 탈락’ 부지기수
현장서 “통계에 안 잡히는 ‘독립제약청년’ 더 많을 것” 추정

기사승인 2024-11-06 06:05:05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주거급여 분리지급’ 제도를 활용해 지난해 주거급여를 신청한 저소득층 20대 청년의 수가 7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따로 살면서도 ‘만 30세 미만’ 제한에 걸려 세대분리를 못한 저소득층 청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통계다. 이마저도 부모가 수급자인 경우에 한해 받을 수 있는 등 조건이 까다로워,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청년’들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6일 쿠키뉴스가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주거급여 분리지급 현황 자료를 입수한 결과, 지난해 20대 청년 7567명이 주거급여 분리지급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분리지급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21년 5667명이 신청했고, 2022년 6630명, 2023년 756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은 부모와 떨어져 사는 저소득층 20대 청년에게 부모와 별도로 주거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기존 주거급여는 가구 전체의 소득·재산을 고려해 수급자를 선정하도록 설계된 탓에, 자녀가 독립을 해도 부모에게만 주거급여가 지급됐다. 이에 정부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주거권 확보를 위해 수급자 부모로부터 독립한 자녀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2021년 제도를 개선했다.

주거급여는 부모에게서 독립한 20대 청년들이 현재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복지 혜택이다. 부모와 주거를 달리해도 ‘미혼 자녀 중 30세 미만인 사람’은 부모와 동일가구로 본다고 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영향이다. 20대 청년들은 부모와 따로 살아도 동일가구로 취급돼 생계급여를 비롯한 LH 임대주택, 국민취업지원제도, 청년전세대출 등 각종 청년 복지 정책 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지난 9월26일 서울 서대문구 계절의목소리에서 이한솔 전 청년정책조정위원이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전 위원은 2021년 국토교통부와 함께 주거급여 분리지급 제도를 추진한 인물이다. 사진=유희태 기자

주거급여 분리지급이 세대분리 연령 기준에 가로막혀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20대 청년들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마련된 점도 확인됐다. 2021년 국토교통부와 함께 주거급여 분리지급 제도를 추진했던 이한솔 전 청년정책조정위원은 지난 9월26일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기획재정부는 ‘30세 미만’이라는 기준을 없애는 것에 대해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며 “이에 우회책으로 만든 것이 주거급여 분리지급 제도”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청년 월세 지원사업, 자립 지원 별도가구 사업 등도 세대분리법의 우회책으로 만든 정책”이라며 “해당 지원사업 대상자를 역추적하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7500여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주거급여 분리지급을 신청해도, 받을 수 있는 청년은 극히 드물다.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해도 거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청년이 주거급여 분리지급 제도를 신청하기 위해선 부모가 이미 주거급여 수급을 받는 상태여야 한다. 또한 △부모와 청년 모두 중위소득 48% 이하 △부모와 청년이 다른 시군구에 거주 △청년 명의로 전입신고, 임대차 계약 및 임대료 지불 △급여 신청 전 부모와 함께 거주 등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가정폭력 등으로 부모와 단절한 청년들이 주거급여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다수다.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의 행정복지센터에서 부모와 동행해 주거급여를 신청해야 하는 원칙 때문이다.

지난 10월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청소년자립지원관에서 조만성 다다다협동조합 대표가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세대분리로 독립 막힌 청년들, 7500명보다 많을 것” 

현장에선 세대분리법으로 수급권을 박탈당한 채 어려움을 겪는 20대 청년들의 수가 통계에 잡힌 7500여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놓인 20대 청년의 세대분리 신청을 돕기 위해 ‘주거비상’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조만성 다다다협동조합 대표는 “분리신청 제도에 대해 알고, 까다로운 주거급여 분리지급 신청 조건을 충족한 청년이 7500여명이라는 것이다. 이는 최소한이라고 말하기에도 훨씬 적은 규모”라며 “세대분리법으로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통계 밖 청년들은 더 많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지선 주거복지센터 활동가도 “부모와 따로 사는 청년이라도, 부모가 수급자가 아닌 경우 분리지급을 받을 수 없다. 제도가 깐깐하게 설계돼, 위기 상황에 놓여도 수급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책임인 기초생활보장이 ‘가정’에 전가되는 상황”이라며 “20대 청년들이 기초생활보장 지원 범위에 들어오도록 세대분리 요건을 완화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거급여만 분리지급하는 것은 미봉책이라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거급여만 완화한 건 비합리적”이라며 “주거급여만으로는 저소득 청년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어렵다. 20대 청년도 생계급여 등 복지 정책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도 “주거급여만 선별적으로 분리 지급하는 것은 청년에 대한 차별”이라며 “주거급여뿐만 아니라 생계급여 등도 분리 지급될 수 있도록 세대분리 기준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집을 떠난 20대의 자립은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선 더 힘들다. 부모의 가정폭력, 일방적 지원 중단, 가출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난 청년들에게 국가는 법적 자립을 허락하지 않는다.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은 취업·결혼을 하지 않은 20대 청년을 독립 가구로 인정하지 않는다. ‘30세 이상’만 가능한 세대분리 기준은 일부 청년들을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어냈다.

쿠키뉴스 취재팀은 8월21일부터 10월31일까지 2개월간 30세 미만의 ‘독립 제약 청년’들을 직접 만났다. 빈곤 상태여도 기초생활보장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이다. 큰 빚을 지거나, 노숙을 택한 청년도 있다. 세대분리법으로 복지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한국 20대 청년의 삶을 조명하는 최초의 시도다. 11월4일부터 9편에 걸쳐 보도한다. *‘독립 제약 청년’이라는 언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했다. [편집자주]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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