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4050억 유상증자 납 한달 연기…"해외 송금 과정서 기술적 지연"

금양, 4050억 유상증자 납 한달 연기…"해외 송금 과정서 기술적 지연"

금융권 "자금 출처·투자 지속성 정밀 검증 필요"

기사승인 2025-08-02 11:29:45
금양 본사 전경. 연합뉴스 

2차전지 제조 업체인 금양이 추진하던 405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을 한 달 가량 연기하기로 했다.

핵심 투자자인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가 해외 송금 과정에서 기술적 지연을 이유로 자금 집행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금 출처의 불투명성, 투자 실행력에 대한 구조적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양은 1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오는 2일 납입 예정이던 4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오 9월 3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사우디 기반의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로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전환우선주(RPS) 1400만 주 등 총 4050억 원 규모다.

납입 연기에 대해 회사 측은 "해외 송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현지에서 모두 마무리됐으나 자금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 시스템 상 예기치 못한 지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이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는 올해 3월 설립된 신생 법인으로 자본금은 1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사우디 건설업체 스카이브T&C 창업주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재무 정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이 법인이 단독으로 4000억 원대 투자를 단행하는 사례는 금융권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국제 송금은 금액 규모에 따라 외환거래 허가 등 일정 절차가 필요하긴 하지만, 수주 전부터 준비된 유상증자라면 이런 차질은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며

"기술적 문제라는 해명이 본질적 의문을 해소해주진 못한다"고 지적했다.

금양은 이번 유증 대금으로 기장 드림팩토리2 프로젝트 완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납입 연기로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이 공장은 리튬 전구체 소재인 LFP(리튬인산철) 관련 제품을 생산할 예정으로 공정률은 현재 85%에서 멈춰 있다. 납입이 연기된 만큼 설비 반입·시운전 등도 연동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양은 지난 17일 임시주총에서 스카이브 측 인사인 알 셰흐리 대표와 이태식 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 정지 작업을 마쳤다.

이는 스카이브 자본 유입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본 회사 측 입장을 반영한 셈이지만 납입 지연이 현실화하며 사내외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됐다.

금양 관계자는 "납입 지연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손상훈 기자
sonsang@kukinews.com
손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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