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환경과학원이 10일 이 지역 초등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수은 노출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이른바 ‘수은 돔배기’ 파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성인을 대상으로 벌였던 조사의 후속 조치다.
지난 3월 과학원은 이 지역 성인남녀 119명(평균 68세)의 혈중 수은 농도를 조사한 결과 영천은 16.69㎍/ℓ, 군위는 16.81㎍/ℓ였다. 이는 2007년 전국 조사에서 나온 평균 농도(3.8㎍/ℓ)보다 약 4.4배 높은 수치다. 수은은 산모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여러 가지 발달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이다.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수은에 노출될 경우 성장발육 지연, 뇌 발달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정한 것은 직접적인 건강 피해를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의 수은 노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초등학생에 대한 조사와 함께 임산부 등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학원은 일단 지역 특산물인 돔배기(간이 밴 상어고기)를 수은 축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역에서 팔리는 돔배기 시료를 분석한 결과 수은 농도가 국제식품규격의 기준치(1㎎/㎏)를 웃도는 1.54㎎/㎏으로 검출됐기 때문이다. 쌀, 음용수 등 다른 식품도 분석했지만 수은이 나오지 않았거나 극히 미량만 검출돼 인체에 영향을 줄 수준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 명물인 돔배기를 전국에 알리겠다던 지방자치단체와 돔배기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들은 “제수용품으로 쓰여 1년에 몇 차례 먹지도 않는 돔배기를 수은 축적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원 측은 돔배기를 섭취한 집단의 혈중 수은 농도는 대조군보다 뚜렷하게 높다고 반박했다.
수은 등 중금속은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오염된 플랑크톤을 먹은 작은 물고기의 몸에 쌓이고 이들을 잡아먹은 큰 물고기의 몸속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된다. 결국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상어의 몸속에는 대량의 중금속이 농축된다. 따라서 대형 어류를 먹는 사람의 몸속에도 수은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지역에서 유통되는 어패류, 채소류, 토양·지하수 등을 정밀 분석해 정확한 수은 노출원을 파악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연말쯤 돔배기 섭취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