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청장은 지난 5일 오후 6시50분쯤 경기도 일산 동국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일산경찰서 풍사파출소 소속 이모(41) 경사의 빈소를 찾아 가족을 위로했다. 이 자리에서 조 청장은 이 경사가 순직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총수가 집에서 숨진 일선 파출소 소속 경찰관의 상가에 조문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것인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이 경사의 시신을 부검하지 않고 ‘심장 돌연사’로 결론을 내리는 등 상당히 예우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후속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경사의 가족은 경찰청장 조문 다음날 예정대로 장례를 치렀다.
숨진 이 경사는 밤샘 근무 등으로 누적된 피로감을 이기지 못하고 부인이 차려준 식사도 미룬 채 탄현동 자신의 집에서 잠을 청했다가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이 경사는 한 시민이 은행 현금인출기에서 인출한 뒤 깜박 잊고 그대로 두고 나왔다가 분실했다는 사건 첩보가 파출소에 접수돼 이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비번 날에도 현장 주변에서 탐문하는 등 며칠째 이 일에 몰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가족과 동료 경찰들은 일선 파출소 근무자들까지 실적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성과주의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경사의 가족은 “집에 들어와서도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고 항상 실적 때문에 노심초사해 했다”고 전했다.
동료 경찰들은 “경찰서에서 한달에 두 차례 실적이 없는 부서 직원들을 별도로 소집해 별도로 교육하는 등 압박감을 주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경사 역시 실적을 올리는 일에 힘이 부쳐 과로할 수 밖에 없었고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받게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고양=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