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이라크 기독교인 몰살하겠다""

"알카에다 "이라크 기독교인 몰살하겠다""

기사승인 2010-11-02 03:29:00
[쿠키 지구촌] 이라크 내 기독교인을 몰살하겠다고 알카에다 현지 지부인 ‘이라크 무슬림 국가’(ISI)가 1일 경고했다.

이들은 전날 바그다드 성당에서 신자들을 붙잡고 보안군과 대치하다 100여명이 사상하는 최악의 인질극을 벌였다. 자살폭탄 조끼와 기관총,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괴한들은 일요일인 이날 오후 5시 바그다드 중심가 증권거래소 앞에서 총을 마구 쏘며 진입을 시도했다. 경비원 2명을 사살한 이들은 경찰의 총격을 피해 바로 옆 성당으로 향했다. 이들은 미사가 진행중인 성당에서 총기를 마구 난사하며 참석자들을 인질로 잡았다.

현지 TV방송국 바그다디야는 자신이 인질범이라 밝힌 인물이 “아랍 국가들의 교도소에 수감된 모든 알카에다 대원을 석방할 것”을 전화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테러진압 부대와 보안군은 헬기와 연막탄을 동원, 진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보안군이 성당 출입구로 다시 진격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인질극은 4시간만에 끝났다.

이라크 정부 관리는 100여명의 신도가 인질로 잡혔고 보안군 7명과 인질범 5명을 포함해 최소 52명이 사망했다고 외신에 밝혔다. 반면 성당측은 당시 80여명이 있었고 신부 2명 등 신도 4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생존자들도 대부분 부상을 당했다. 일부 인질범은 생포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정확한 사상자 숫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가톨릭의 중심이 되는 이 성당은 수㎞밖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십자가를 달고 있다. 이 때문에 2004년에도 폭탄 테러의 목표가 됐었다.

인질범들이 처음부터 성당을 목표로 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가톨릭 신자와 개신교 신자를 테러 목표로 삼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건 직후 ISI는 자신들이 ‘더러운 우상의 소굴’에서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ISI는 인터넷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집트 콥트교회가 무슬림 여성 2명을 붙잡고 있다며 48시간 안에 석방하지 않으면 “이라크 내 모든 기독교인을 몰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라크에는 약 55만명의 가톨릭·개신교 신자가 있다.

ISI가 지목한 여성들은 이집트 콥트교 목사의 부인인 카밀라 쉐하타와 와파 콘스탄틴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두 여성은 결혼 전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것으로 알려져 여러해 동안 이집트에서 논란이 돼 왔다.

이집트 외교부는 성명을 발표, “범죄 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ISI의 요구를 거부했다. 콥트교는 예수의 신성을 신봉하는 고대 기독교의 한 분파로 이집트 인구의 10%가 믿고 있다.

누리 알말라키 이라크 총리도 성명을 내고 “이번 인질 사태가 이라크를 다시 과거의 종파 분쟁 시대로 되돌릴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질범들은 기독교인들을 이 나라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비난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김지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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