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멍청한 스케이터’ 덕분에 콜롬비아서 스타덤”

이상철 “‘멍청한 스케이터’ 덕분에 콜롬비아서 스타덤”

기사승인 2010-11-03 19:18:00

[쿠키 스포츠] 결승선을 앞두고 미리 자축을 하다 1등을 내 준 '멍청한 콜롬비아 스케이터'가 3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역전의 주인공이 한국 주니어 국가 대표인 이상철 선수여서 더욱 화제였다.

국제 대회에서 이토록 드라마틱하게 우승을 차지한 사건(?)은 그냥 묻힐 뻔 했다. 하지만 경기 소식을 뒤늦게 화제에 올려놓은 건 한 편의 동영상때문이었다.

지난달 30일
콜롬비아 현지에서 열린 2010 세계 롤러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 동행했던 김현섭(31) 코치에게 들어본 당시 상황과 후일담은 온라인에 퍼진 동영상보다 더 짜릿했다.

- 당시 상황을 말해달라.

“이상철 선수가 출전한 경기는 400m를 50바퀴 도는 2만m다. 46명의 선수가 4바퀴마다 탈락하는 방식이다. 이상철 선수는 결승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한 바퀴까지 살아남았다. 마지막 300m만을 남기고 콜롬비아 선수 둘이 이상철 선수 앞으로 나섰다. 2등을 하는 선수가 이상철을 견제하면서 방해 공작을 피웠다. 그러다가 코너 자리 다툼에서 2위로 달리던 선수는 미끄러져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그래도 순위는 바꾸지 않았다. 결승선에 다가갈수록 현지 팬들의 환호성이 커졌다. 1위를 달리던 선수는 그것에 취해 손을 번쩍 들고 미리 세리머니를 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이상철 선수가 박차고 나간 것이다.”

- 이상철 선수 투지가 대단하다.

“이상철 선수가 원래 지고는 못하는 성격이다. 한 성깔한다. (웃음) 사실 당시 1위를 달리던 콜롬비아 선수는 미국 선수를 밀쳐 실격 처리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경기장을 도는 선수가 상대 선수의 실격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느낌은 있다. 하지만 이상철 선수는 그 선수가 실격이 되던 말던 끝까지 달려서 앞서나간 것이다.”

- 콜롬비아 선수는 어떻게 됐나.

“결국 미국 선수를 밀친 것 때문에 실격 처리됐다. 하지만 '설레발 세리머니' 때문이었는지 현장에서 팬들의 야유는 대단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축구 다음으로 인라인이 인기라고 하더라. 콜롬비아 선수가 1위로 달리다가 자축 세리머니를 먼저 한 것도 객석의 환호성이 너무 커서 그 분위기에 취한 것 같다. 어쨌든 1위를 하지 못한 그 선수는 객석의 엄청난 야유를 받고 테러 위험 때문이었는지 감독과 바로 숨어버리더라.”

- 자국 선수를 제치고 1위를 한 한국 선수에 대한 현지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

“미울 법도 한데 매너가 굉장히 좋더라. 경기 끝나고 1시간 동안 경기장 밖으로 나가질 못했다. 다들 환호성을 지르고 사진을 찍자고 난리더라. 사인도 해달라고 했다. 타국에서 승리 분위기를 제대로 만끽했다.”

-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

“경기 끝나고 가까운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다들 이상철 선수를 알아보더라. 극적인 경기를 중계로 본거다. 다들 좋아해 주시고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어쩔 줄 몰랐다. 현지에서는 경기 다음날 스포츠면 톱에 '드라마 같은 기적' 등의 내용으로 이상철 선수의 경기 결과를 알렸다.”

- 당사자인 이상철 선수의 반응은.

“경기 마치고 2일 한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3일부터 온라인에 이상철 선수 동영상이 쫙 퍼지면서 화제가 된 것이다. 이상철 선수는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된 기분'이라면서 굉장히 좋아한다.

이상철 선수는 중학교 시절까지는 두각을 드러내지 않다가 중학교 3학년인 지난해부터 경기력이 확 좋아졌다. 국제 대회 참가도 이번이 처음이다. 인라인은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인데 이런 동영상으로라도 화제가 되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사진=이상철 재학중인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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