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8일 저녁 트위터는 오싹한 납치 제보로 들썩였다. 대구 수성구 사월역 근처에 거주하는 한 이용자가 "트렁크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 수상한 차 한 대가 지하주차장에서 목격됐다. 경비아저씨께서 잡으려고 했지만 달아났다. 차번호는 초록색 번호판으로 OOOO"이라는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접한 사건을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트위터에 올렸다.
해당 글은 빠른 속도로 퍼 날라졌다. 많이 공유돼 누군가 범인과 관련된 제보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올라온 글은 몇 시간이 되지 않아 가장 많이 리트윗(퍼 나르기)된 글이 됐다. 15만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MBC 김주하 아나운서까지 이 글을 퍼가면서 삽시간에 번졌다.
하지만 네티즌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던 사건은 해프닝이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대구 수성경찰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납치의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해 CCTV를 확인하고 차번호를 확보 한 뒤 30분 만에 차주인을 찾았다"며 "하지만 차주인 남자는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온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둘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30분가량을 라디오를 들으면서 데이트를 즐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경찰 조사에 커플은 그야말로 '식겁'했다. 현장에서 조사를 마친 뒤 커플은 귀가했다.
담당 형사는 "오인 신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오히려 다행"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트위터에 남아있는 글은 삭제돼야 한다고 했다.
형사는 "신고자가 차번호까지 남겼기 때문에 차주인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경찰청도 한바탕 소동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온라인에 퍼지는 속도를 감안해 트위터를 이용했다.
경찰청은 9일 트위터에 “신고자 진술 등으로 긴급수배를 해 차주를 발견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었다”며 "(트위터 이용자들이) 걱정 안하게 많이 퍼가 달라"고 남겼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